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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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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이한옥(동시작가)
하수도 모퉁이 솜사탕 세 개
바람이 불면 어디로 날아갈까?
아래로 떨어지면 얼굴을 볼 수가 없는데
길 건너 들판으로 날아가서
그 모습 다시 보여줘
가시적(可視的)으로 바라본 심미안
민들레는 생명력이 강하여 들판이나 도로변이나 건물의 틈사이, 심지어는 계단이나 버려진 의자 틈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하얀 민들레는 한국의 자생종, 노란 민들레는 외래종의 식물이다. 민들레 씨앗을 보면 어떤 이는 낙하산을 떠올리고 생물학자는 포유류의 정자를 떠올린다. 동시를 쓰는 화자의 눈에는 솜사탕으로 보였나 보다.
강변이나 해변에 싹을 틔운 민들레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그 씨앗의 행방이 염려된다. 화자는 배수로 옆의 앳된 솜사탕을 발견하고 아래로 빠지지 말고 좀 더 좋은 곳으로 날아 가길 바라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거시적 시각과 미시적 시각이 있는데 사소한 사물이라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경이로울 때가 있다.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널리 알려진 L작가에게 전화를 걸면 통화 연결음에서 “나 옛날엔 사랑을 믿었지만 지금은 알아요. 믿지 않아요. 눈물이 아무리 쏟아져 와도 이제는 알아요. 떠나는 마음, 민들레처럼”이라는 애절한 가사가 흘러나와 가슴이 찡해진 적이 많았다. 사람은 본인의 의지대로 결정이 가능하지만 식물은 계절과 바람과 환경에 따라 다르다. 복사꽃 환하게 피어나는 과수원에 가보면 묘하게도 복숭아 나무 아래 민들레가 가득 자라는 걸 여러 번 발견했다. 환삼덩굴, 도깨비바늘, 칡넝쿨에 비하면 민들레는 순하다. 착한 민들레 홑씨들이여 바람의 인연으로 비옥한 곳으로 날아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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