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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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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김비아(시인)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걷고 싶다
저렇게 꽃같은 길을 걸어 보고프다
아서라
그 길은 꽃길이 아닐지도 몰라...
솔라리제이션(solarization) 밤길을 걷다
길은 어떤 게 있을까. 오솔길, 언덕길, 숲길, 산길, 빗길, 눈길, 자갈길, 외길, 진창길, 흙탕길, 고속도로, 국도, 농로, 갓길, 신작로, 지하도, 물길, 하늘길, 철길, 뱃길…….그런가 하면 인생길, 나의 길, 그대에게 가는 길, 가시밭길, 푸른길, 뒤안길, 지름길, 에움길 등 수많은 길이 있다.
화자는 조명등이 환한 호반의 밤길을 보며 문득 걸어온 길을 생각한다. 미지의 길, 앞이 보이지 않는 길 걷다보면 어느새 원치 않는 길을 걷고 있을 때가 있다. 잘못 들어선 것만 같은 길, 돌아 갈 수 없는 길에서 “아서라” 망설이게 된다. 디지털카메라에 비친 밤 풍경이 밝은 빛에 노광된 반전(反轉) 현상의 솔라리제이션(solarization) 효과처럼 몽환적이다.
서울의 평강공주처럼 살며 산전수전 겪어가며 뒤늦게 길을 찾은 박라연 시인은 살아온 날이 꿈여울같은 몽탄역이라고 했다. 그녀는 내소사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지나온 날이 지금 걷는 길처럼 아름답기를 바란다고 했다. 필자는 밤벚꽃 환하게 핀 경주 보문단지 길을 걸으며 꿈길 같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그러나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가야할 길이 있어서 몇 번을 뒤돌아 보았다.
같은 길이라도 road와 way는 다르다. 단순한 길이 아닌 방식이나 선택은 신중함이 필요하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가 생각난다.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고 길과 길은 만나야하리. 세상의 모든 길이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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