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도시빈민의 벗이자 대부로 불리며 40여년 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았던 제정구 선생의 20주기 추모식이 대가면 척정리 척곡마을 묘소에서 열렸다.이번 추모식는 사단법인 제정구기념사업회, 제정구장학회는 물론 고인이 생전 함께했던 시흥 목화마을주민, 제정구 선생의 주례로 축복 받는 결혼식 후 매년 선생의 추모식에 참여하는 부부와 가족 등 300여 명의 추모객들이 참여했다. 또한 김부겸 장관, 조정식 의원 등 생전 고인과 뜻을 함께 했던 정치인도 다수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경기도 시흥을 중심으로 한 (사)제정구기념사업회와 고성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마지막 행사인 이번 추모식에서는 (사)제정구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원혜영 국회의원, 제정구선생 고성기념사업회 이진만 회장이 초헌,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백두현 군수와 제정구 선생 관련단체에서 아헌, 유가족이 종헌을 맡았다.
다소 침울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보통의 추모식과는 달리 제정구 선생의 20주기 추모식은 진중하면서도 호쾌했던 선생의 성정처럼 진지함과 유쾌함이 뒤섞여 일견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이날 추모식에서는 복음자리 살림을 맡는 것은 물론 선거를 치르고 빈민 운동을 하면서 25년간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제정구기념사업회 박재천 상임이사가 제정구 선생의 이름으로 감사패를 받으며 가슴 뭉클한 순간을 연출했다.
박재천 상임이사는 1975년 한신대 재학 당시 유신 반대운동을 하다 제적 당한 후 마장동 판자촌에서 제정구 선생을 처음 만나 제 선생이 세상을 뜰 때까지 빈민운동을 함께 했다.원혜영 이사장은 “지난 20년간 제정구기념사업회가 추모식을 진행해왔으나 이제 마무리하고, 제정구 선생의 고향인 고성에서 그 역할을 이어가게 됐다”면서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추억하고 기리며 생활 속에서 고인의 뜻을 실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진만 제정구선생고성기념사업회장은 “선생이 돌아가신 지 20년된 올해는 어느 때보다 많은 분이 모인 특별한 해”라면서 “지난 20년은 사단법인 제정구기념사업회가 선생의 뜻을 알리는 데 노력해온 만큼 앞으로 20년은 우리 고성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고성주민들이 그 뜻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이 회장은 또한 “고성기념사업회는 올 연말 완공예정인 추모관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해오던 사업을 더욱 내실화해 선생의 가짐없는 큰 자유의 정신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실천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백두현 군수는 “88년 제정구 선생이 정치판에 뛰어들었을 때 김수환 추기경이 당신처럼 영혼이 맑은 사람이 왜 혼탁한 곳에 가려느냐 질문하니 선생은 정치는 더럽지만 공기와 같으니 걸레가 되어 더러운 곳을 닦으려 한다고 답했다는 일화가 생각난다”면서 “우리의 역사는 상잔의 역사지만 21세기는 상생의 역사가 펼쳐질 것이라 했던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선생의 뜻과 정신을 공유하고 퍼뜨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홍준 교수는 “제정구 선생은 44년에 태어나 66년에 대학에 입학, 77년에 양평동 시흥 복음자리로 가게 됐고 88년도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졌고 99년에 세상을 떠났으며 당시 나이가 55세”라며 제 선생의 연보를 소개해 참배객들의 환호를 받았다.추모식에서는 고성문인협회 제민숙 회장이 추모시를 낭송했다. 또한 제정구상을 수상한 캄보디아, 미얀마 출신 수상자들이 고인의 뜻을 기리며 절을 올렸다.
추모식이 끝난 후 오후 4시부터는 고 제정구 선생의 추모 특별전 개막식이 열렸다. 제정구 선생의 자서전 제목과 같은 ‘가짐 없는 큰 자유’를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회에서는 고성에서 보낸 선생의 성장기 모습과 청계천 판자촌 시절, 마을공동체 복음자리 건립과정, 고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자필 원고들, 유족이 소장하고 있던 유품 등 제정구 선생의 일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록사진, 생활유품, 전시물, 영상자료 등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제정구기념사업회, 부인 신명자 이사장, 형님인 제정호 전 고성향우회장, 청계천박물관 등에서 보관 중이었던 100여점이 4월 28일까지 전시된다. 또한 이날 오후 5시 30분에는 ‘장인정신과 한국문화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유홍준 교수의 인문학 강좌가 마련됐다.한편 지난 7일에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유경촌 주교의 주례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사제들이 집전한 제정구 선생 20주기 추모미사가 열려 고인의 정신과 뜻을 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