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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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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이애현(수필가)
결박된 자유
빳빳한 눈동자, 돌아갈 길 아득한
그 영어(囹圄)의 회색 몸짓
문양 잃은 날갯짓이여.
떠 있는 아픔이여 따뜻하게 만나자
드론(Drone)은 무선 조종에 의한 무인 비행물체이다. 벌이 날아다니며 웅웅대는 소리에 착안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드론은 원래 군사용으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고공 영상 사진 촬영과 배송, 기상정보 수집, 농약 살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보안 문제와 사생활 침해 논란도 있지만 무한한 변화와 발전이 예견된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하늘을 날면서 새처럼 훨훨 자유롭고 싶어 했다. 110여 년 전 라이트형제에 의하여 시작된 그 꿈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발달이 거듭되어 21세기 우주항공 분야까지 확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늘 외롭고 답답한 존재이다.
화자는 어느 날 하늘에 떠 있는 잠자리 모양의 비행물체를 보면서 자화상을 생각한다.
죄 지은 것 없지만 갇힌 듯한 영어의 몸.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지만 보이지 않는 손길에 의해 벗어나지 못하는 불완전한 자유를 생각한다.
과학적으로 카메라의 셔터속도는 1/500초 이상이면 회전하는 날개를 정지된 형태로 촬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화자는 시적인 표현으로 문양을 잃은 날갯짓이라고 한다.
평행한 두 직선이 멀리 한 점에서 만나듯 각각 다른 두 생각도 결국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을까.
동의보감에서는 “통즉불통(通則不痛), 불통즉통(不通則痛)”이라고 한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 화자는 제주도에 살면서 《따뜻한 소실점》이라는 수필집을 펴낸 문인이다.
하늘에 떠 있는 아득한 생각들, 물 위에 드론처럼 떠 있는 소금쟁이들. 세상만물이 갑갑하지 않고 아프지 않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