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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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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
이종수(시인)
태양주위를 도는 행성처럼
해마다 하나씩 동그라미를 그려 갈 때
가지는 줄기에 기대누워 꽃을 그린다
산다는 건 옹이박힌 세월에
꽃 한송이 피우는 일
상처난 자리에 꽃이 피다
호수에 기러기가 날아가고 나룻배가 지나가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태양계의 행성들이 기나긴 공전을 해도 궤적은 남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무에 박힌 가지의 그루터기는 옹이라는 자국을 남긴다. 나이테와 옹이는 다르다. 나무줄기의 가로 둥근 띠의 무늬인 나이테는 수평으로 절단했을 때 잘 보이지만, 옹이는 수직면으로 잘 드러난다. 그 옹이는 병충해로 인한 사후처리를 잘못했거나 가지치기가 잘못되었을 때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옹이가 많이 생기면 물관과 체관이 막혀 물이나 양분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
사람도 그렇다. 상처가 많은 사람은 상처를 알아본다.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슬픔은 슬픔을 알아보고, 고통은 그 힘든 쓰라림을 알아보며, 이별은 이별의 아픔을 헤아리게 된다. 옹이가 박힌 통나무나 판자는 다루기가 불편하다. 마음의 상처도 그렇다. 향나무는 향기가 강하지만 옹이가 많다. 트라우마를 극복한 사람도 그렇다. 사람의 외과적 상처는 흉터를 남기기도 하지만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외형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밤새워 소주를 마셔도 당신은 젖지 않는다
희망으로 얼룩진 새벽 봉창이다
그런 당신의 옹이에 나는 옷을 건다
무거운 코트를 제일 먼저 건다
당신의 방 앞에서 매일 꽃피는 붉은 엉겅퀴
김수우 시인은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라는 시집에서 엉겅퀴꽃 아버지를 통해 옹이를 생각했다.
옹이라는 디카시를 쓴 시인은 옹이를 상처라고만 보지 않고 꽃을 피우는 일이라고 한다.
무술년이 가고 새로운 기해년이 다가오고 있다. 옹이 없는 사람 어디 있으랴. 회한 없는 사람 어디 있으랴.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나이테 사이에 박힌 옹이를 부드럽게 안고 갈 환승역을 걷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