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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래 시인이 들려주는 디카시 206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8년 12월 21일
ⓒ 고성신문
나목 아래에서
권현숙(수필가)

버즘나무 아래에서 한 사내를 생각했네

가슴 가득 일렁이는 바람소리 퍼내고 싶다고
어느 가을 목탁소리 따라 훌쩍 떠나 버렸네
쓸데 없이 가슴팍만 우람했던 그 사내

이제는 고요해졌을까 그 가슴 속


마음이 몸에게 보내는 안부
생물학적, 의학적으로 진단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가슴 속에서 북소리가 울리고 바람소리가 들린다면 어찌 해야 할까. 
황병기 선생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법조인의 길을 가지 않고 가야금 연주가가 되어손가락으로 바람을 부리다가 바람 속으로 떠났다. 조선시대의 허난설헌이나 황진이가 21세기에 태어났다면 뛰어난 예술가가 되었을까? 사람에게 운명과 숙명과 팔자가 있다면 타고난 정서와 성정을 어떻게 다독여야 할까.

청진, 듣는 것으로 보다
모든 병은 마음이 몸에게 보내는 안부
:
이제 당신은 멀리 있고
:
내 두 귀는 고요한 서랍이다

그때의 구름만 내재율로 흐르는 창

젊은 이은규 시인은 이렇게 청진을 생각했다.
한 여자가 있었다. 달맞이 고개에서 수평선을 떠가는 윈드서핑을 보는 순간 출렁이는 가슴을 억누를 수 없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바다에 나가 작은 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 뒤 어느 날 나에게 결혼식 사진을 부탁했다. 부산 광안리 백사장에 주례와 하객이 기다리고 바다에서 신랑 신부가 윈드서핑으로 입장했다. 그녀는 그렇게 바람을 타기 시작했고 돛을 버린 뒤 지금은 파도를 타는 서핑학교 교장이 되어 있다.
오랫동안 그녀를 잊고 살았는데, 최근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그녀의 안부를 접했다.
‘이제는 고요해졌을까 그 가슴 속’ 그녀는 바람을 타고 파도를 타며 수십 년을 살았나보다.
버즘나무는 플라타너스이다. 화자는 군복 무늬의 수피, 우람한 나무, 다소 에로틱하게 부러진 가지를 통해 청춘들에게 묻는다. 이공계, 인문계, 예체능계, 먼 훗날 후회 없을 길은 어떤 길인가.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8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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