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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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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을 때다
박해경(아동문학가)
뭘까?
가랑잎이 굴러가고 있는지
하하 호호 다 같이 넘어간다.
저 기쁨 깨뜨릴까 봐
내 호기심 꾹 누른다
어린이의 ‘때’
1957년에 제정된 어린이 헌장 3, 4항에 ‘어린이는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과 ‘어린이는 공부나 일이 몸과 마음에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1988년 재개정한 어린이 헌장 5항에서 이 항들을 아울러 ‘어린이는 즐겁고 유익한 놀이와 오락을 위한…’으로 명시하였는데 처음 헌장(8항)과 개정된 헌장(7항)에 동일하게 들어 있는 문구가 ‘어린이는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과학을 탐구하며……’이다.
시인의 눈에 ‘좋을 때’가 들어왔다. 교량 난간에 아홉 명의 어린이들이 서로 어깨를 겹치며 교량 아래의 ‘무엇’에 열중하며 환호하고 있다. 시인은 가랑잎이 굴러가고 있는지, 라고 유추하고, 가을날의 마른 하천에 흐르는 하하 호호 깔깔 까르르르 웃는 소리, 여름날 물소리보다 더 맑고 경쾌하게 귀를 적셔온다. 작고 하찮은 것에도 한껏 감동할 줄 아는, 낮고 유연하고 천진한 마음을 소유한, 곧 ‘어린이의 때’를 목도한 것이다.
시인은 어린이들의 기쁨을 깨뜨릴까 봐 자신의 호기심을 꾹 누른다. 그렇다. 어른의 권위를 내려놓는 배려가 ‘어린이의 때’를 예쁘고 맑고 사랑스러울 수 있게 한다. 그 때, 어른도 함께 좋을 때인 것. 어린이 헌장의 문구처럼 실컷 바라보고 실컷 경탄하고 실컷 감탄하고 돌아설 때, 그윽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언제든 축복하는 마음으로 서 있는 한 어른을 마주하는 어린이들의 해맑고 환하고 행복한 표정이 얼마나 쉬이 그려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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