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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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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부석
강영식(시인)
다시 천 년을 기다리면
당신 오실지 몰라
다시 천 년을 기도하면
번쩍 눈이 떠질지 몰라
지고한 선언
얼마나 깊은 사랑이기에 다시 천 년을 기다린다 하는가. 오직 한 사람, 지아비만을 일구월심 그리며 눈먼 사랑, 또 다시 천년을 기도하여 그가 현현할 빛에 감은 두 눈 번쩍 뜨게 될 날을 기다린다 하는가. ‘인연’이란, 광활한 우주, 태양계와 은하계를 지나 한 알 모래와 같은 지구별에서, 티끌의 티끌과 같은 당신과 내가 만난 것이라 ‘시 읽기’ 한 적 있다.
부부 연(緣)은 그토록 귀한 것. 그렇게 만나 백년가약을 맺고 한 몸이 되어 자식을 낳고 기르며 쌓았던 정(情)의 세월이 얼마였을까. 그 지아비가 먼 먼 바다 너머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으니 그 독한 그리움으로 지어미의 속은 얼마나 까맣게 타들었을까. 그만 기다리라고, 이제 그만 내 품으로 오라고, 또 얼마나 많은 유혹과 만류의 손짓이 있었을까.
긴 세월을 스스로 귀먹은 절벽강산이 되고 청맹과니가 되어 기다렸다. 사랑은 그리움을 낳고 그리움은 기다림을 낳고 기다림은 천 길 낭떠러지 벼랑 끝 죽어서도 죽지 않는 망부석이 되었다. 그리하여 천 년 만 년 지아비를 기다리겠다는, 파혼과 황혼이혼이 늘고 있는 현세대에 참으로 지고한 선언이다. 박물관을 숨 쉬게 하는 유물처럼.
*망부석 - 제1회 오장환 디카시신인문학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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