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듬뿍 영오면 사랑방, 상록이용원의 추석맞이
영오면 영산리 상록이용원
김삼택·이순덕 부부
마암면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도 있어
추석 앞두고 동네 어르신들
머리 단장 분주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18년 0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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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도 먹기 전에 파장하는 시장을 마주하고 빛바랜 삼색등이 뱅글뱅글 돈다. 이발소는 번듯한 간판도 없다. 하지만 이발사 남편의 은빛 가위는 쉬지 않고 사각 | | 각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손끝 야무진 아내는 이발소를 정돈하느라 분주하다. 김삼택, 이순덕 부부의 상록이용원은 이름 그대로 푸르디푸르다.“18살 때부터 이발소를 했으니 가위를 잡은 지도 벌써 45년이나 됐습니다. 60~70년대에는 모두가 먹고 살기 힘들었으니 기술이 제일이었어요. 그래도 이발하면서 아내를 만나 아이 둘 낳고 키우며 잘 지냈으니 기술 덕을 톡톡히 봤죠.”김삼택 사장은 영오면 영대리 옥동부락 출신이다. 가난한 농촌 살림에 공부보다는 생활이 우선이었다.
8 0~90년대까지만 해도 이발소만으로도 네 식구의 생활은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한 골목에 이발소가 여럿이어도 잘 됐다. 영오시장 골목에만 이발소가 세 개나 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는 상록이발소에 김삼택 사장 외에도 직원이 둘이나 더 있었다. 하지만 세월따라 미용실로 향하는 손님들이 늘어나니 전만 못하다. 이발사들도 나이가 들어 문을 닫고, 영오시장통에는 이제 상록이용원 하나 남았다.“그래도 단골들이 꾸준히 우리를 찾아와 주십니다. 버스를 기다리듯이 손님을 기다려요. 기다리던 버스가 오면 반갑잖아요. 손님도 그래요. 마암면에서도 우리 가게까지 일부러 찾아와 머리를 단장하는 분들도 계세요. 참 감사하지요.”지금이야 모든 인연이 감사하지만 한때는 사람에게 마음을 다친 적도 있다. 이발소 대신 진주에서 잠시 타이어 판매점을 한 적이 있다. 친구와 동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친구가 타이어 살 돈을 가지고 사라져버렸다. 친구의 형제들도 전부 고성에 사니 찾으려면 찾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원래 내 돈이 아니려니 하고, 이발소를 다시 시작했다.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그런 김삼택 사장 옆에는 언제나 아내 이순덕 씨가 자리를 지킨다. 40년도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젊은 시절, 영대리 김삼택 총각은 옆동네 금곡면에 사는 아가씨 이순덕을 보고는 홀딱 반했다. 불같은 연애를 하고 영오면에 둥지를 틀어 아이 둘을 낳고 지금껏 알콩달콩 깨를 볶고 있다. 이순덕 아가씨에서 이젠 60줄에 들어선 지금도 남편이 듬직하니 참 좋은가 보다.“돈이 많아 여유있는 생활을 꿈꿨으면 이 사람을 만나지도 않았겠죠. 남편은 사철 그냥 쉬는 법이 없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허무하게 타이어 사업을 접고도 열심히 일해서 건물을 살 수 있었지요. 나 혼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남편은 부지런하고 성실하기로 동네에 소문났어요.”부지런한 건 부부가 똑같다. 이발소를 하면서도 과수농사를 6천 평이나 짓는다. 올해는 신고배와 대봉, 살구, 매실을 심고 가꿨다. 그러다가 심장이 아주 팍 상하는 일이 있었다. 부부의 속을 단단히 상하게 한 범인은 멧돼지다. 애써 키운 과일들이 멧돼지들의 습격으로 온통 못쓰게 됐다. 어떤 날에는 까마귀떼가 농장을 습격하기도 했다. 까치만 86마리가 잡힌 날도 있었다. 어차피 더 나이 들면 농사짓기도 힘들 테니 이 참에 나무를 베어버리기로 했다.영오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중절모를 쓴 노신사들의 발길이 제법 붐빈다. 추석을 앞둔 요 며칠 사이에는 이발하고 염색하며 자식손자 맞이에 바쁜 어른들이 이발소를 찾는다.“찾아오시는 모든 분이 제 아버지 같고 형제 같아요. 산뜻한 모습으로 이발소를 나서는 손님들을 배웅할 때면 제 마음까지 산뜻해집니다. 올 추석은 다들 그러면 좋겠어요. 막 머리를 깎고 감고 이발소를 나설 때의 상쾌한 기분 말이에요.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과 넉넉하고 풍성한 이야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행복한 추석 보내시기 바랍니다. 우리 상록이용원도 늘 그런 행복한 동네이발소로 이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18년 0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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