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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애 시인이 들려주는 디카시 194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8년 09월 21일
ⓒ 고성신문

생의 단면
김석윤(시인)

옹이의 아픔도
나이테의 아름다움도
온전히 나무의 것

생의 무늬
나만 그러한가. 나무의 단면을 보면 옹
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상처가 먼저 생각난다.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의 상처로 / 다시는 피어나지 못했으니’ (류시화-⌜옹이⌟). 류 시인도 다시 피어나지 못한 응어리진 상처를 먼저 보았다. 생의 단면은 생이 끝난 이후에 드러나는 것. 평탄한 삶을 산 나무가 가지지 못한 굴곡진 무늬, 옹이의 아픔도 나이테의 아름다움도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닌 온전히 나무 자신의 것이라고 김 시인은 말한다.
나무는 비로소 자신을 열어 우듬지에 물을 끌어 올렸던 길고 짧은 호흡, 호흡들, 휘돌아 흐르던 잊지 못할 계곡의 물소리, 뿌리를 깊게 내리도록 몸을 열어주었던 산의 형세도, 둥지를 닮은, 제 몸에 머물렀다 간 많은 산새들의 노래가 고인 옹이도 남김없이 보여준다. 나무뿐이랴, 사람도 세상을 떠난 이후 그 삶의 족적을 더 훤히 볼 수 있게 되지 않던가. 남긴 생의 진실한 무늬에 남은 자의 진정한 애도가 뒤따르는 법. 
도리질할 수도 없이 경겁 간에 몰아닥친 일들을 영혼의 낮고 깊은 곳에서 탄식하며 씨름하고 신음하며 끌어안은 내면의 ‘옹이’는, 가지가 부러졌거나 병에 걸렸을 때 제 진액을 짜내어 스스로를 치유시킨 나무의 ‘옹이’나 조개가 몸속에 들어온 이물질을 제 몸의 분비물로 감싸 오랜 시간 고통을 참아내며 만들어 낸 ‘진주’와도 같이 영롱하고 아름답다. 상처를 품어 안았던 옹이의 시간은 그렇게 남는 것. 자신만의 생의 무늬로, 오롯이.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8년 0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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