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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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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latte
나석중(시인)
문득, 떠오른 얼굴에
커피가 식어가고 있다
그리움이 별이 되기까지
시인은 카페라떼 한 잔을 앞에 놓고 있다. 라떼 속 웃는 얼굴을 보는 것과 동시, 무의식의 기저 층에 있던 한 얼굴이 마음의 수면 위 한 별로 떠오른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추어버린, 둥둥 유영하는 기억의 무중력 공간 속에 그녀와 시인이 있다. (독자인 나는 문득 떠오른 얼굴이 ‘그녀’일 것이라 의미부여 한다.)
어쩌면 *라떼(latte)는 *레테(Lethe)의 강을 건넌 한 여인을 불러내었는지도. 굳이 그 강의 빛깔을 상상하려니 내 망막에 막막한 우윳빛이 맺힌다. 심리학자들은 말하기를, 어떤 정경이나 사물이 한 대상을 향한 그리움이라는 정서로 환기되는 시간은 순간이라는데, 나는 차곡차곡 쟁여진 그리움이 하나의 별이 되기까지는 몇 겁의 시간이 걸릴 것만 같은데.
문득, 궁금하다. 시인에게 한 얼굴이 떠오른 순간은 어디로부터 기인한 걸까. 그녀가 시인의 눈앞에서 웃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여기에 당도한 걸까. 그녀와 함께한 것 같은 기시감이나 떠나보낸 것 같은 미시감은 또 어느 먼 기억의 행성으로부터 달려온 걸까.
오직 라떼 한 잔으로부터. 그녀와 시인이 지금, 여기에 뜨겁게 존재하는, 레테의 시간이 식어가고 있다. 그리움이 별이 되기까지.
*라떼 latte(이탈리아어, 우유를 뜻함)
*레테 Lethe(그리스 신화 속 망각의 여신, 망자가 건너야 하는 다섯 개의 강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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