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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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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짐
권현숙(수필가)
진창 같은 삶이라 퍼대앉아 울기 없기
짊어진 삶의 무게 버거워도 좌절금지
훗날, 그 무게가 나를 살게 했구나
깨달음이 꽃처럼 피는 날
두둥실 가벼워지기
수련(修鍊)이 수련화(睡蓮花)로 필 때
힘들 때 말없이 곁에만 있어주어도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다. 내게 있는 등짐이 당신에게도 있어서 주고받는 눈빛만으로도 동병상련, 이심전심이 되는.
호숫가에 고고하게 선 두루미의 우아함은 가지지 못했지만 진창 같은 늪지에서 서로의 몸과 마음을 기대 저마다의 등짐을 짊어지고서 두런두런 살아가는 저 연잎들. 생애의 과제를 내팽개치지 않고 그 무게들을 감당하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눈물겨운지. 왜 나냐고, 왜 무거운 등짐을 져야 하냐고, 생을 원망하며 불평할 법도 한데, 퍼질러 앉아 울지 않기, 좌절금지라고 담담히 말한다.
우리들 삶의 짐이 언제 깃털처럼 가벼운 적 있었나. 돌아보니 매일매일 크든 작든 하루분의 등짐 하나씩 짊어지고 걸어 온 여로이지 않았나. 인생이라면 누구에게나 다 있는 ‘삶’이라는 무게. 육신의 질고일 수도, 영혼의 죄 짐일 수도, 관계에서 오는 정신적 고통일 수도, 불황으로 겪는 물질적 고통일 수도 있겠다. 때때로는 나에게서 기인하지 않은 애매히 짊어진 어떤 짐일 수도. 연잎들은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찢기지 않는다. 순순히 받아들여 제 몸이 감당치 못할 무게는 몸 한쪽을 숙이고 열어 흘려보내기 때문이리라. 그래, 연단하되 감당할 시련만 허락하신다는 절대자의 경륜과 섭리를 겸허히 받아들인 착하디착한 삶이다.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더라도 서러워하거나 주저앉지 말길. 그 무게가 나를 살게 한 것임을 깨달을 날, 반드시 올 테니까. 묵묵히 등짐 진 시간의 수련(修鍊)이 청아한 수련화(睡蓮花)로 꽃필 오래지 않은 훗날, 삶이 두둥실 가벼워져 있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