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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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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
백경희
쉼 없이 달려온 청춘
내려놓고 웃는 이 순간
생은 절정이다
우하하 푸하하 웃어보시라
저기, 두 사람이 웃고 있다. 저렇게 한껏 입을 벌리고 목젖이 보이도록 우하하 푸하하 웃어본 지가 언제였던가. 청춘에게 부하된 짐이라는 것이, 중년이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라는 것이, 우리를 낙조 앞에서 얼마나 침통한 얼굴이게 했던가. 시인은 모든 것 내려놓고 웃는 그 순간이 곧 생의 절정임을 노래한다. 그렇다. 청춘이라는, 용기와 도전으로 쉼 없이 달려온 두 발이 있었기에 이제, 웃다 웃다가 생의 모든 비애의 눈물이 쏙 빠지도록, 생의 고단한 젖산이 말끔히 씻기도록, 모든 방어를 해제한 중년의 맨 발을 너울너울 밀려오는 바닷물에 내려놓고 실컷 웃을 수 있는 것이다. 바다에 다다른 낙조는 강물의 유속에 목메지 않는 여유로움으로, 두 중년이 웃는 생의 절정을 함께 둥근 웃음으로 웃고 있다. 날카로운 생의 모서리 뭉툭해지고 깊은 시름의 골이 평평해진다.내려놓음은, 섬들과 대륙들과 강들의 모든 고뇌와 아픔을 다 품은 바다만큼, 저 낙조를 품은 바다만큼, 크고 깊고 넓고 둥근 웃음을 웃게 하는 것. 지금, 모든 것 내려놓고 웃어보시라. 그리하여 이 순간, 생은 절정이라 말해보시라. 저 환한 낙조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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