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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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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82세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남자가 65.3세, 여자가 67.3세다. 죽기 전까지 최소 10년 이상 질병에 시달리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료비의 40%는 65세 이상의 고령층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이 비중은 계속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55~1963년생이 해당하는 일명 베이비붐 세대가 75세 이상 후기 고령층에 진입하는 2030년에는 노인의료비가 연 9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늘어나는 의료비 부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7년 건강보험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 적용 진료비는 69조3천352억 원으로 2016년 대비 4조7천584억 원(7.4%) 늘어났다. 진료비의 증가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건보 진료비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노인 진료비는 27조6천533억 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39.9%였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어 올해 중 노인 진료비가 40%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연령이 높을수록 회당 진료비용 또한 많아졌다. 65세 이상의 입·내원 1일당 진료비는 평균 8만1천128원으로 65세 미만의 진료비 6만253원의 1.4배에 달했다. 70세 이상 노인의 내원 1일당 진료비는 6만52원으로, 전체 평균 4만5천228원의 1.3배였다. 이는 60~69세의 진료비 5만3천108원보다도 약 7천 원 가량 많다.노인들은 백내장과 알츠하이머성 치매, 폐렴 순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이 질병들은 퇴원 이후에도 꾸준한 관리나 요양이 필요한 질병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치매환자 1명에게 필요한 간병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간병을 위해 가족들이 직장을 옮기거나 그만두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가족의 간병을 위해 연간 10만 명 이상이 이직하거나 퇴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때문에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의료비를 효율적으로 지출하기 위해서는 비용 지출 전 노인질환에 대한 사전적 예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은 ‘건강보험 노인의료비의 효율적 관리방안’이란 보고서에서 “방문간호서비스의 활성화와 의료전달체계 강화, 단골의사제 도입 등을 통해 경증의 노인성 및 만성질환 환자의 1차 의료를 받도록 유도해야 한다”면서 “의료기관들이 노인환자를 유인하거나 과다의료이용 유도 등 의료기관의 부정행위로 인한 의료비 누수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노인 만성질환으로 인한 의료 이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사전적 예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미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만 비용을 지출하기 급급하지만 이보다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의료비절감에 더 효과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노인 만성질환의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노년에 건강하지 못하게 사는 것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3년 후 우리는 40조 원의 노인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노인의료비가 증가한다면 건강보험재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적자규모는 2020년 6조3천억 원에서 40년 후인 2060년에는 무려 13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부담을 줄이고, 노인들이 아프지 않고 스스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다.또한 ‘나이가 많아 운동할 수 없다’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습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스포츠가 보편적인 복지 차원에서 보급돼야 한다.
# 부족한 기반시설, 군민의 생활체육 막는다
고성은 익히 알고 있듯 초고령 사회다. 스포츠복지가 전국 어느 지역보다 시급한 지역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선뜻 선진국의 발전된 스포츠복지시스템을 적용할 수는 없다. 지역정서와 연령, 특성에 맞게 서서히 익숙해지는 스포츠복지가 필요하다.고성군에서는 행복나눔과와 보건소, 기획감사실, 문화체육과 등에서 지역 내 노인들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경제적 목적을 제외하고 노인들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활동을 보자면 행복나눔과의 노인취미교실, 경로당실버체조 운동교실, 실버놀이교실, 어르신 생활체육지도사 양성 등이 있다.실버놀이교실과 체조교실에서는 노인들의 체력과 상태에 맞는 요가와 음악에 맞춘 율동을 중심으로 간단한 체조가 진행된다. 웃음치료도 노인들에게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경로당 내에서만 이뤄지는 프로그램이고, 퇴행하는 노인들의 상태를 고려해 움직임이 크지 않다. 앞서 보도된 캐나다 밴쿠버의 시니어 육상동호회 그레이하운드와는 다르다.고성군내 노인들이 외부에서 즐길 수 있고, 군에서 예산이 일부 지원되는 스포츠 종목은 게이트볼과 그라운드골프 정도다.노인에 한정하지 않고 군민이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봐도 많지 않다. 고성군공공체육시설은 모두 13곳이다. 사회인야구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성군내에서 야구경기가 가능한 시설은 구 공설운동장 한 곳뿐이다. 공공시설물 중 검도와 권투, 유도를 즐길 수 있는 곳은 고성종합사회복지관 내 고성체육관이 전부다. 공설테니스장은 1991년 조성된 하드코트 2면, 크레이코트 4면뿐이었으나 올해 인조잔디코트 7면이 조성되면서 군수배 테니스대회를 처음으로 치렀다.수영장은 문화체육센터 내 1곳으로, 레인이 6개에 불과하다. 때문에 생존수영을 배우는 초등학생들은 레인 하나를 배정받아 사용해야 하는 형편이다. 또한 수영강습을 원하는 군민들은 많지만 시설과 인원이 부족하니 매년 수강신청 시즌이면 경쟁이 높다.면 단위 공공체육시설은 하일면 실내체육관, 하이체육공원, 하이면다목적생활체육관, 대가면다목적복지회관, 거류체육공원 등 5곳뿐이다. 이들 시설에는 배구와 족구, 게이트볼 정도가 가능한 상황이다.노인들이 주로 즐기는 게이트볼장은 다른 시설에 비해 비교적 많다. 고성읍 3개소를 비롯해 모두 11곳에 게이트볼장이 조성돼있다. 그러나 막구조, 판넬구조로 지어져있어 여름에는 운동하기 힘들다는 지적과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해 나오고 있다. 그라운드골프장은 배둔에 1곳뿐이다.
# 생활체육,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
스포츠복지는 원한다면 누구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국가 혹은 지자체가 만들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포츠 환경을 조성해 국민이 스스로 건강을 지키도록 하는 복지를 말한다. 건강이 나빠진 후 치료가 필요한 시기에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것보다 스포츠 복지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나빠지기 전에 건강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복지라는 말이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이 돼야 할 것은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전문가들은 현대인의 운동량 감소의 이유로 정보부족, 스포츠시설까지의 낮은 접근성, 부족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꼽는다. 이것을 뒤집어 생각한다면 스포츠에 대한 원활하고 쉬운 정보제공, 스포츠시설에 대한 접근성 개선과 과감한 투자, 효율적이고 알찬 스포츠 프로그램 개발과 연령별 지역별 특성에 맞는 스포츠 복지의 제공이 가능하다면 의료비를 포함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대한민국의 올해 예산은 400.7조원이다. 이 중 체육예산은 2조가 채 되지 않는다. 전체 예산의 0.5%다. 이 돈으로 국가체육정책을 추진해야 하니 지역으로 갈수록 스포츠복지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먼 일이 된다. 스포츠복지의 환경적 불평등이 반복되는 것이다.생활체육은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최근 들어 생활체육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한 국가의 복지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 생활체육이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건강을 유지해 의료비 절감효과까지 가져오기 때문이다.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일상에서 스포츠활동을 즐기는 독일은 세계에게 스포츠복지 1위, 생활체육 선진국으로 꼽힌다. 독일 체육회는 1950년대 말부터 ‘제2의 길(Zweiter)’이라는 생활체육활성화운동을 펼쳤다. 또한 정부차원에서 생활체육 수요 증가에 맞는 시설 확충을 위해 황금계획(Der Golden Plan)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등 생활체육육성정책 진행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덕분에 생활체육 강국이자 스포츠 복지 1위국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생활체육 참여실태 조사에서 주 1회 이상 생활체육 참여율은 2014년 54.8%, 2015년 56%, 2016년 59.5%로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군은 효자산업인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매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군민들은 생활체육을 즐기려 해도 즐길 공간이 없는 상황이다.100세 시대인 지금, 고령에 병원 순회가 당연한 일이 될지 아니면 생활체육의 활성화를 통해 의료비와 복지예산의 절감, 군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몇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는 생활체육에 달려있다. 생활스포츠는 이제 보편타당한 복지가 돼야 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