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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행복하게 늙는 가장 현명한 선택, 스포츠

다가온 100세 시대, 복지예산 증가
마지막 17년 병상에서 보내는 한국인

밴쿠버 시니어 육상 동호회 그레이하운드
세계마스터즈대회 기록 보유자 수두룩
스포츠 즐기며 건강한 노년을 즐기는 방법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23일
ⓒ 고성신문
조선시대 서민들의 평균수명은 35세 이하였다. 서민에 비해 넉넉한 의식주와 즉각적이고 적절한 의료혜택을 받은 조선시대 27명의 임금들 중 회갑잔치를 치른 왕
은 20%가 채 안 된다.1940년대만 해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44세였다. 불과 100~200년 사이 평균수명이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경제성장으로 식생활과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평균수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100세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그러나 100세 시대를 반드시 반길 수도 없다. 복지정책과 예산의 증가는 재정적 부담을 늘리는 탓이다.

# 노인의료비 40조, 병상에서의 노후는 축복이 아니다
고성군의 고령화 정도는 30%에 육박한다. 최근 10년 사이 진행된 급속한 고령화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이라 일컫는 국가에서 역시 고령화 대책 마련이 거론된 지 오래다.고령인구가 늘어나면 만성적인 질환 치료에 드는 의료비는 물론 복지정책에 투입되는 예산과 인력 문제도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한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약 82세다. 남자의 평균수명은 79.3세, 여자 85.4세였다. 그러나 건강수명 다시 말해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산 기간은 남자가 65.3세, 여자가 67.3세로 평균수명과는 15년 이상 차이를 보인다. 수명이 늘면서 사망 전까지 병원신세를 지는 시간이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장수는 축복일지 모르나 병상에 누워 지내는 것은 축복일 수 없다.건강하지 못한 노후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2년 후 한국이 노인의료비로 감당해야 하는 금액은 무려 40조 원이다. 이 같은 속도로 계속 증가한다면 건강보험재정은 악화 수준을 넘어 파탄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예상 적자규모만도 2020년 6조3천억 원, 40년 후인 2060년에는 13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령화는 결국 사회적 비용의 부담을 높인다. 이 때문에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많은 나라들은 의료비, 간병비 등을 지원하며 노인복지를 확대했다. 그러나 가속화되는 고령화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의 기존 복지지원정책 대신 스포츠 복지로 눈을 돌렸다.

# 정책적으로 공공스포츠를 지원하는 나라, 캐나다
캐나다는 이미 10년 이상 스포츠복지에 꾸준히 투자해온 국가다. 캐나다에서는 정책적으로 공공스포츠 지원을 보장한다. 단순한 체육활동을 넘어서 ‘보편타당한 복지’로 본다. 국민 대다수가 스포츠를 생활화하고 있다. 캐나다의 10대 중 70%는 주기적으로 운동하고 있다. 입시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체육과목이 시간표에서 사라지고 있는 우리와는 다른 풍경이다. 공공스포츠의 정책적 보장이 10여년간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노인 중 47.7%는 여가 시간에 스포츠를 즐긴다는 통계도 있다.스포츠 복지는 캐나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는 스포츠 복지를 고령화사회의 대비책으로 꼽고, 실제로 정책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호주에서는 산이나 해안, 마을주변을 우리의 둘레길 형태로 정비해 워킹코스를 갖춰 부시워킹이 가능하도록 했다. 영국에서는 아동 스포츠 장려 캠페인이 TV를 통해 진행되기도 했다.웨스트 밴쿠버의 웨스트콧초등학교에서는 1교시가 시작되기 전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요가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 후 수업이 시작된다. 수학 수업시간에는 책상에 앉아있지 않고 돌아다니며 수업하는 풍경이 익숙하다. 쉬는 시간에는 7분동안 또다시 전교생이 운동한다.이른 아침의 굳은 근육을 이완시키는 간단한 운동을 통해 뇌를 깨우고, 몸을 움직이면서 수학 문제를 탐구하는 활동이 집중력을 키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어린 시절의 운동습관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 스포츠, 건강한 노후를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
캐나다 밴쿠버 동쪽의 서리시 외곽. 노스 서리 세컨더리 스쿨 운동장이 떠들썩하다. 천연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는 체육수업이 진행 중이다. 운동장을 빙 두른 트랙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허들 장애물 달리기와 100m 단거리 달리기가 한창이다. 특별할 것 없는 체육시간이다.그런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10대 청소년들은 운동장 가운데서 공을 주고 받는 정도인데 트랙을 날다시피 하는 사람들은 머리가 희끗하거나 주름이 깊게 팬 노인들이다. 그야말로 ‘나이는 숫자일 뿐’인 시니어 육상 스포츠 동호회 그레이하운드 팀이다.독일, 일본, 캐나다 인디언 출신 등 국가와 인종이 다양한 그레이하운드에서 50대는 어린 아이 취급이다. 대부분의 팀원이 60세가 넘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실버카에 의지해 경로당에 다닐 나이에 그레이하운드의 팀원들은 허들을 뛰어넘고 해머와 원반을 던진다.해머는 7㎏을 훌쩍 넘는다. 던지기 종목 중에서는 최고의 체력과 균형감각, 순발력, 기민성을 요한다. 그레이하운드 팀원들은 지름 2.135m의 원 안에서 던져 11m 이상을 기록한다. 선수급의 실력이다.그레이하운드는 1주일에 3회 이상, 1년 중 11개월을 운동한다. 대부분은 서리 시내의 학교 운동장에서 훈련하지만 날씨가 좋지 않은 시기에는 실내육상종목을 즐기기도 한다.올해 81세인 크리스타 보르티뇨 씨가 보여줄 것이 있다며 뭔가를 꺼내놓는다. 금메달 여섯 개에는 ‘WMACi 2017 대구, 한국’이 선명하게 적혀있다. 지난해 3월 대구에서 개최된 세계마스터즈실내육상경기대회 6개 종목을 석권했다. 그녀는 6번의 도전 끝에 세계마스터즈 80세 그룹 멀리뛰기 최고기록인 2.92m를 경신한 3.17m의 기록을 세우며 결국 우승을 거머쥐었다. 70세 그룹의 선수보다 훨씬 좋은 기록이었다.심지어 그녀는 81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100m를 거짓말 같이 16초에 뛴다.크리스타 보르티뇨 씨는 “2012년부터 꾸준히 대회에 참여한 후 새로운 그룹에 속하는 80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새롭게 도전하고 싶었다”면서 “정말 흔하고 평범한 말일지 모르지만 스포츠는 건강한 노후를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강조한다.그레이하운드 팀원들 중에는 간혹 운동선수 출신이 섞여있다. 이들은 그레이하운드에서 연습하고 때로는 경기에 출전하는 다양한 종목에 대해 팀원들에게 조언하고 자세를 교정하는 등 코치를 맡고 있다. 대회를 앞두고는 전문 코치의 지도를 받기도 한다.그레이하운드에서 최고령 팀원은 92세의 창던지기 선수 스캇 헤리 씨다. 그는 2016년 호주 퍼스에서 개최된 마스터즈 월드 챔피온십에서 5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취재 당일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어 혹시 몸이 불편한 건 아닌지 물었다. 팀원들은 “다른 일 때문에 오늘 참석 못한 것을 정말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 활기찬 노후와 시 재정 보전의 두 마리 토끼
그레이하운드의 코치이자 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헤롤드 모리오카 씨도 이미 70대 중반에 들어섰다.모리오카 씨는 “개별 훈련이나 가벼운 취미로 하는 활동이 아니라 팀을 이뤄 운동하기 때문에 재미있기도 하고 서로 도움을 줄 수도 있다”면서 “노인이기 때문에 복지 지원이나 받으면서 일상과 스포츠가 주는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했다.그레이하운드에는 매년 협약 형태의 후원금이 지원된다. 대형약국이나 의약품제조업체, 의료 관련 사업체가 주 후원자들이다. 큰 금액을 일시후원하는 형태가 아니라 경기나 훈련 때 입을 티셔츠, 장비 구입이나 장소대여비용을 꾸준히 지원한다. 실버산업과 연계되는 업체들이기 때문에 시니어 동호회이면서 캐나다 대표로 세계마스터즈대회에 출전하는 그레이하운드 지원으로 얻는 광고효과도 만만치 않다. 동호회나 후원업체 모두에게 윈윈인 셈이다.시청이나 정부를 통해 지원받는 금액은 우리로 치자면 기초노령연금과 같은 혜택 외에는 전혀 없다. 그레이하운드 팀원들은 말한다.“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우리를 보세요. 스포츠를 즐기면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니까 병원갈 일이 줄어들어 의료비 부담이 적어집니다. 우리는 정부 복지단체가 아니라 동호회지만 내 건강을 챙기고 즐겁고 활기찬 일상을 보내는 동시에 시의 재정에도 도움을 주는 거예요.”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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