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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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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동해면에 위치한 구절산은 해발 564.6m의 아담한 산으로 산행에 부담이 없고, 주변 바다의 풍경이 뛰어나며, 정상에 서면 당항만를 비롯한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구절폭포에 더위를 식히고, 흔들바위를 밀어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주말을 이용하여 강아지 댕이와 단둘이 구절산 전설 속으로 떠난다.등산계획은 마동호 제방 근처 동해주유소에서 출발하여 곡산봉수대를 거쳐 구절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폭포암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방법으로 거리는 약 7㎞로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코스다. 등산을 마친 후 자전거를 타고 출발지로 이동 거리는 약 4㎞로 20분 정도 소요된다.등산 종료지점인 폭포암 주차장에 자전거를 승용차에 싣고 와서 내려 두고 등산 출발지로 이동하여 주차 후 등산을 시작한다. 등산을 마치면 자전거로 승용차가 있는 곳 까지 이동하므로 종주등산도 즐기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내곡리 남촌마을 입구 쪽에 구절산 등산로 안내표지와 등산지도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이곳은 주차공간이 없어 불편하므로 동해주유소 주변에 주차 후 가족묘지가 있는 쪽으로 올라가면 등산로와 연결된다.오전 10시 30분경 등산을 시작한다. 등산로 입구 쪽은 소나무 숲이 많아 시원했는데 조금 올라가니 몇 년 전 큰 산불로 소나무는 거의 없는 잡풀로 된 임야가 많다. 이 때문에 칡넝쿨이 등산로 주변 중턱까지 많이 자라 등산하기가 불편하다. 그나마 몇 그루 남지 않은 소나무들이 지난 태풍 피해를 입고 등산로를 가로막고 쓰러져 있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자세히 보니 가지가 너무 많거나 밑동이 약한 나무들이었는데 꼭 옛 속담대로다.등산로 입구 간판에 이 지역은 입산통제구역으로 지정되어 1년 중 5월 16일부터 10월 31까지 5개월 정도 입산이 가능하고 그 외 기간에는 허가없이 입산을 하면 안 된다고 적었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겨울철 입산통제로 산불을 예방하고 있다.
# 임진왜란 연락소 곡산봉수대
오전 11시 30분경 구절산 중간 거리쯤 해발고도 270m 위치한 곡산봉수대에 도착한다. 돌무덤 형태의 이 봉수대는 칡넝쿨이 덮고 있어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없다. 이곳의 봉수대는 경상남도 기념물 제236호로 조선 초기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현재 이곳에는 연대(煙臺)와 봉수군이 생활했던 추정 건물지 터와 채전(菜田)이 남아있다. 곡산봉수대의 역할은 진동 가을포봉수와 고성 천왕점봉수대를 연결해 주었고, 임진왜란때 당항만을 지키는 역할을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등산로 주변에는 멧돼지들이 땅을 파헤친 흔적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멧돼지들의 활동이 왕성한 시기 인가보다 하고 생각하던 중 등산로 5m 앞에 영화 차우에 나오는 크기에 버금가는 멧돼지가 불쑥 나타나 새끼 4마리를 데리고 옆 숲속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는데 순간 너무 깜짝 놀랐다. 새끼를 거느린 어미 멧돼지들은 매우 예민하다고 들었는데 숲으로 사라졌으니 다행이었다. 같이 놀란 강아지도 꼬리를 내리고 안절부절 하면서 잠시 후 똥을 누었는데 아마도 ‘식겁 똥’을 싼 것 같다. 이후 등산 내내 휴대폰의 음악을 켜고 소리를 지르면서 걷는데 그 소리에 강아지가 또 놀란다.등산로 능선을 몇 번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니 어느덧 구절산 정상 8부 능선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바윗길이 험하여 추락방지 시설이 간단하게 설치되어 있다. 구절산 등산로는 정비가 잘 안되어 인근 거류산에 비하면 등산로가 좁고 걷기가 불편한 곳이 많다.
# 당항만의 비경이 한 눈에
12시 30분경 등산 2시간 만에 구절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당항만 바다가 가장 잘 보이고 멀리 진해만까지도 볼 수 있는 곳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기습작전으로 왜군을 격퇴하며 승전고를 울린 당항포대첩지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당항포해전 당시 이곳 구절산과 곡산봉수대, 철마산성이 승리에 큰 몫을 했을 것 같다.바위산 정상에는 구절산 564.6m라고 새겨진 대리석으로 만든 표지석이 서 있고, 그 옆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또 표지석 옆에 팥배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는데 정상에서 유일하게 그늘을 만들고 있어 아래서 잠시 땀을 식힌다. 이곳 정상에서 철마산, 응암산, 시루봉을 거쳐 장좌리 우두포 마을까지 8㎞ 종주 산행도 할 수 있다.구절산 옆 구절령에는 철마산성이 있다. 철마산 8부 능선을 둘러쌓은 성곽이다. 철마산성이라 부르게 된 것은 산성을 축조하고 산성에다 철마를 만들어 두어 화살의 방패로 사용하고, 먼 곳에서 보면 마치 병마(兵馬)가 있는 것처럼 착각을 들게 하는 의병계(擬兵計)를 썼기 때문이라 한다. 임진왜란 때 만들어 두었던 철마는 왜적이 침입하여 운반해 갔으며, 인근 주민들이 다시 석마(石馬)를 만들어 후환을 방비했다고 하는데 현재 산 중턱에 석마 1필이 남아 있다. 후세의 한 야련공(冶鍊工)이 철마산성의 철마를 가져가다 농기구를 만들어 팔았는데 이것이 화가 되어 온 집안 식구가 중병으로 신음하게 되자, 부득이 같은 모양의 병마를 만들어 도로 갖다 두어 액화를 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구절산 정상에서 몇 팀의 등산객을 만났는데 몇몇 일행은 정상 옆 평상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너덜겅 바윗길인데 중간 그늘진 바위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하산길에 나선다. 남쪽으로 150m 정도 내려가면 장좌리에서 올라온 임도가 연결되어있다. 이곳에도 넓은 잔디밭에 평상이 놓여 있다.임도에서 오른쪽 옆길로 가다 보면 이정표가 나타나는데 왼쪽은 폭포암 1.1㎞(흔들바위), 오른쪽은 폭포암 2㎞(백호굴)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폭포암(백호굴)쪽 방향을 잡고 좁은 등산로를 1㎞정도 가다 보면 너른 바위터가 나오는데 첫 번째 바위터는 장좌리 방향이 잘 보이는 전망대고, 조금 더 가면 두 번째 너른 바위터는 거류면 당동만이 잘 보이는 전망대다.
# 심술쟁이 구절도사
급경사 등산로를 한참을 내려가면 백호굴이 나오는데 입구는 새시문이 달려있고 문 위에 산신각 팻말이 달려있다. 문을 열어보니 제법 깊숙하다. 이름 그대로 흰 호랑이가 살았다는 곳인데 굴 넓이가 호랑이가 살아도 될 정도 크고 깊었다. 그런데 동굴 안은 사찰에서 산신을 모신다고 산신상과 복전함, 각종 조화와 촛대들이 어지럽다. 촛불을 켜두어 밖으로 열기가 후끈 나오고 바위 천정은 그을음으로 새까맣다. 자연 그대로 보존이 안되어 아쉬운 마음이 크다.이 백호굴은 아주 옛날 구절산 전설의 신선 구절도사가 살았다는 동굴로 추측되는 곳이다. 구절도사는 인간이 먹는 곡식을 먹지 않고 오직 산에서 나는 산삼을 1년에 두 어번 캐 먹고 살았다고 한다. 구절도사를 만나려면 아홉구비의 폭포에서 아홉 번 목욕을 하고, 절을 아홉 번 하고, 도사를 아홉 번 불러야 나타난다고 하여 구절도사라고 불렸다고 하며, 그래서 산 이름을 구절산, 폭포를 구절폭포라 불렀다고 한다.
구절도사는 심술이 많아 구절산 구절령 줄기 아래에 있는 마을 사람들이 외지에 나가면 출세를 못하게 했다. 그 대신 구절도사는 인간의 생명을 존엄하게 여기는 도사로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전쟁이나 징용에 끌려 갈 경우 가족이 구절도사에게 빌면 소원을 들어주어 목숨을 잃는 일이 없이 안전하게 돌아오게 하는 효험이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백호동굴을 지나 조금만 내려가면 구절폭포가 나타난다. 장마철이라 폭포수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린다. 이 폭포는 일명 용호폭포, 용두폭포 또는 사두암폭포로 불린다. 높이 10m 정상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홉계단을 만들며 흐르는 모습이 장관이며 폭포에서 일어나는 물보라로 더위를 식힐 수 있다.구절폭포 옆에는 폭포암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옛날 이 구절폭포 암벽 위에 사두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이끄는 승군들이 화살을 만드는 기지였다. 이 사실을 알아챈 왜군들이 사두사에 불을 질러 소실시켰다. 후에 사찰을 복원하려고 했지만 사두사 자리는 너무나 험준하여 절을 세우지 못하고 반달동굴에서 수행하다 열반하신 스님이 세 분이나 있었다고 전한다. 그 후 버려진 채 방치되어 있던 곳 폭포 옆에 1978년 현각 스님이 상주하면서 폭포암을 창건하였다.
# 번개 칼을 맞은 용태고의
신비에 싸인 비경의 구절폭포는 재미나는 전설이 있다. 옛날 폭포에 살던 용이 승천하려고 하늘로 오르는데 마침 마을 낙네들이 목욕하는 광경을 훔쳐보자 수행이 제대로 되지 못한 행위에 하늘에서 노하여 내려치는 번개 칼에 맞아 떨어진 잔해가 흩어져서 마치 병풍을 두른 듯한 암벽으로 변했다고 한다. 용의 머리 위로는 폭포가 흘러 용두폭포라 이름하고, 몸통의 내장은 동굴로 변한 뒤에 흰 호랑이가 살았다 하여 백호굴이라 부르고 있으며, 용의 뿔은 정상에 앉은 전망대, 용의 눈은 보덕굴, 생식기는 반달동굴, 용의 꼬리는 잘리어 낭떠러지에 걸려 지금의 흔들바위가 되었다고 전한다.대웅전 옆 절벽 단애의 낭떠러지 위에 앉은 흔들바위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흔들바위’라 하여 찾는 이가 많다. 방송에도 몇 번 소개된 이 흔들바위는 한 사람이 흔드나 여러 사람이 흔드나 흔들리는 도(度)가 똑같아 신기하다.구절산 전설을 뒤로하고 10분 정도 걸어 내려가니 주차장이 나타나며, 오후 2시 40분경 구절산 등산을 마친다. 주차장에 두었던 자전거를 타고 내곡리 정북마을, 정남마을 남촌, 북촌마을을 거쳐 동해주유소까지 20분 정도 걸려 오후 3시경 모든 일정을 마친다.고성군 구절산은 한때 산불피해가 컸지만 지금은 복원되고 있는 중이며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재미있는 전설이 있는 산이다. 구절산 등산은 종주코스 외 폭포암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구절폭포를 거쳐 구절산에 오르고, 구절령 암능까지 등산한 후 흔들바위로 내려오는 5㎞ 등산코스를 주로 많이 이용한다. 이 여름 구절산에서 땀 흘리고 구절폭포에서 땀을 식히며 건강을 지키는 산행도 좋을 것이다.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