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교수의 해설이 있는 디카시-185

이상옥(시인)

이제 떠나야 할 때

슬픔을 넘어 담담하게 혹은 의연하게

죽기 며칠 전 힘이 없어 누워 쉬고 있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이번 학기에도 내가 해외에 자주 나가 있어 길고양이와 늘 같이 있지는 못했다. 4월 초쯤부터 길고양이가 내가 고향집에 있을 때 찾아와서 나를 잘 따랐다. 기특해서 먹이도 주며 정이 들었다. 자주 집을 비워 어떤 때는 한 달 만에 보기도 했다. 그런데 길고양이가 죽기 전 10여 일 쭉 같이 있었다. 처음부터 몸 상태는 안 좋았지만 식욕이 좋고 해서 쉽게 죽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위의 사진을 찍을 무렵 전후에는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려고 고양이를 진료해주는 동물병원을 수소문하고 있던 차 갑작스레 죽었다.

추억이 깃든 여러 장의 길고양이 사진과 위의 디카시와 함께 오마이뉴스 연재 ‘디카시로 여는 세상’에 이 길고양이를 소개했더니, 왜 제대로 돌보지 않고 죽게 했느냐는 질책성의 댓글이 제법 달렸다. 내 불찰을 떠올려 보는 계기가 됐다. 

장마와 폭우가 며칠 계속될 때 병이 급격하게 악화되어버려 아마,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다 해도 연명치료밖에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로병사에서는 사람이나 짐승이 어느 하나 예외가 없다. 지금 이 길고양이는 마당의 모과나무 아래서 영원한 안식을 누린다. 그나마 나라도 마지막 가는 며칠 함께 해주어서 고독사는 아니었다. 이렇게라도 위안을 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