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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싱그러움 사이로 이따금씩 마삭과 금은화 향기가 바람에 실려오는 곳, 동시동화나무의 숲에 반가운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일 대가면 연지리 동시동화나무의 숲에서는 ‘동시․동화 날다 숲으로 하늘로’라는 제목으로 제8회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동시 동화작가들의 이름이 붙은 177그루의 나무를 지나 산길을 걸어 찾은 아동문학인 300여 명이 모여 정담을 나눴다.
송재찬 열린아동문학상 운영위원장은 “꽃과 나무들이 초대하는 동동숲의 신록잔치에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며 신록이 절정을 향해가는 6월 첫 토요일에 제8회 열린아동문학상 잔치를 열게 돼 기쁘다”며 “올해 수상자는 두 명이지만 잔치자리에 참여하는 분들 모두가 수상자니 모두 힘내시고 더 좋은 작품으로 우리 아이들의 마음밭을 가꾸는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열린아동문학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소중애 동화작가는 “다문화 아이들이 주인공인 두 작품 다 긍정적이고 따뜻해서 작품을 접한 아이들은 다문화를 바라보는 바른 시선을 배우게 될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면서 “아동문학의 교육적 가치에 맞는 좋은 작품이 수상작이 돼 흡족하다”며 수상한 두 작가들을 축하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대흥초등학교 1학년 박서준·이은유 학생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문성란·박신식 두 수상자들에게 꽃다발을 전달, 수상자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담긴 책 등을 선물로 전하며 훈훈한 모습을 선보였다.
동시부문 수상자인 문성란 동시인은 “지난해 동시동화나무의 숲에 심어진 나무들을 보며 많이 부러웠고 작가의 이름이 새겨진 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땐 살짝 질투가 솟디고 했는데 수상소식을 듣고 보니 기쁨과 함께 두려움이 앞선 것이 왜인지 모르겠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문성란 시인의 작품 ‘얼굴별’에 고승하 전 한국민예총 회장이 곡을 붙이고 철부지, 여고시절이라는 팀명으로 활동하는 동아리가 노래를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개족사진’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동화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박신식 작가는 “대학 4학년 처음 습작하던 날 밤새도록 울었는데 그 눈물이 지금의 행복한 저를 만들었다”면서 “앞으로도 많은 눈물을 흘리며 그로 인해 제가 받은 행복을 많은 이에게 전하겠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개족사진의 주인공 ‘하오’가 중국어로 좋다는 뜻이니 오늘만큼은 모든 대답을 하오라고 해주면 좋겠다”고 말해 행사 참석자 모두가 하오(好·호)라고 답하며 웃음 가득한 행사장을 만들었다.이날 행사장에서는 다문화가정 남편들이 지난해 겨울부터 올봄까지 온갖 정성을 다해 기른 완두콩부터 송정욱 거류초등학교 문해교사가 재배한 쌀, 지역 내 농부들이 생산한 양파, 마늘 등 농산물을 비롯해 다양한 상품이 수상자들에게 전달돼 웃음을 더했다.
2부에서 마련된 숲속 동시동화 낭독회에서는 김금래 동시인의 진행으로 소중애 동화작가가 동화 ‘아빠를 버렸어요’, 전병호 동시인이 ‘사과 먹는 법’, 거류초등학교 송정욱 문해교사가 쓴 ‘할머니의 공책과 연필’, 백우선 동시인이 ‘꽃봉오랑 두 손 모으고’, 김춘남 동시인이 ‘앗앗앗’, 박선미 동시인이 ‘노란 발자국’을 낭독했다.
특히 이번 낭독회에서는 공부할 기회를 놓쳐 글을 깨치지 못하다가 70대에 뒤늦게 초등학생이 된 거류초 해오름반 할머니 학생들이 참석해 정형순 학생이 쓴 동시 ‘호박’을 직접 낭독, 참석자들의 환호와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한편 동시동화나무의 숲은 2004년 부산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홍종관, 박미숙 부부가 부지를 구입해 아동문학가들에게 나무를 한 그루씩 나눠준 것이 시작이었다. 2009년 봄 故 유경환 시인이 발행하던 ‘열린아동문학’을 배익천 선생이 맡아 속간하면서 ‘동시동화나무의 숲’으로 명명하게 됐다. 현재는 아동문학가들의 이름이 붙은 177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 지난해 8월 21일에는 경남도로부터 사단법인 동시동화나무의 숲 설립인가를 받아 명실상부 아동문학의 요람으로 자리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