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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성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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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미투’로 들끓고 있다. 정치권이 활화산처럼 들썩이고 문화계가 벌집을 들쑤신 듯 난리법석이다. 그렇다고 이 성 관련 문제들이 하루이틀만에 생겨난 이 아니다. 지금껏 계속 쌓여왔던 문제가 사회적인 기류를 타고 불거진 것뿐이다.“지금은 성에 대한 개념이 성장해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간 답습해온 문화적 관습 속 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꽤 견고해요. 그걸 깨는 과정이지요. 이제는 남성과 여성이 역할이 다를 뿐 동등하니 차등을 두지 말자는 움직임이라고 봐요. 불편하고 힘들 수 있지만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입니다.”고성가족상담소 김종분 소장은 최근의 미투 움직임을 과도기라 말한다. 여성으로서 억압돼온 목소리가 뒤늦게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역시 피해자일 수 있고, 피해사실을 숨기기보다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과정의 진통이다.“성폭력이라는 게 강간만 말하는 게 아니에요. 성적으로 희롱하는 언동은 모두 성폭력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지역사회일수록 피해사실을 쉬쉬하게 돼요. 워낙 가족 같은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고,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죠. 그래서 더더욱 심도있는 교육과 공개적인 토론이 필요합니다.”최근에는 미투 때문에 성폭력, 성평등 교육을 요청하는 단체와 회사가 늘었다. 지난 13일에는 ㈜이래fr에서 군내 기업들 중 최초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진행했다. 며칠 전에는 고성읍이장협의회에서, 오는 4월에는 고성읍주민자치위원회에서 교육이 예정돼있다.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진행되는 교육에서는 성폭력에 대한 개념부터 성적 언동이 상대에게 주는 영향, 실제 사례 등 다양한 내용으로 강의한다.
일상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성차별·성비하적 언어표현을 개선하기 위한 윤리교육도 포함된다.“직장 내 성희롱은 농담으로 생각하기 십상이에요. 대응하면 오히려 이상하고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을까 싶어 참고 웃어넘기기도 하죠. 대부분은 가해자가 남자, 피해자가 여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성폭력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쉽게 노출돼있어요. 그래서 성인지감수표현이 필요한 거죠.
”한국은 남존여비, 남아선호사상이 유독 뚜렷하다. 오랜기간 이어져온 이 같은 문화적 관습은 성폭력에 있어서도 남녀를 갈라놓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김종분 소장은 어린 시절부터 성에 대한 평등의 개념을 가르치고, 성인지감수표현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성인지감수표현은 “안 돼요”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성적 농담이 오가는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거부의사를 표해 상대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알리는 것이 출발이라는 것이다. 물론 위력에 의한 강압적 성폭력 상황에서는 거부 의사만으로 벗어나기 힘들다.
이 때문에 고성가족상담소에서는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초기상담과 심리적 지지, 정보제공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또한 상담소와의 연결을 통해 피해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고성주민일 경우 방문상담도 진행한다. 이 모든 지원의 목적은 고성군민의 건강한 삶이다.“상대의 성을 비하하고, 농담거리로 삼는 것은 범죄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성별을 떠나 피해자들도 더 이상 숨지 말아야 합니다. 잘못된 성의식을 바로잡는 것은 가정에서도 필요합니다. 성별로 구분해서는 안 됩니다.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미투는 남녀 모두의 권리를 되찾는 일이에요. 함께 가야 합니다. 성평등 의식을 갖고 평등한 세상이 오기까지는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