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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
최정란(시인)
아침저녁 당목 맞은 옆구리, 마른 울음의 중심이 환한 금빛이다
치면 치는 대로 맞고 울음 터뜨리는 것 말고는 어찌할 수 없는
속수무책 몸의 고통이 울울창창 시간의 푸른 녹을 막아 주는가
고통이여 고맙다
생을 어떻게 이렇게 적확하고 아름답고 슬프게 노래할 수 있는가. 이보다 더 생을 절절하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 아침저녁으로 당목 맞는 내 옆구리가 가슴이 얼얼하다. 아프다. 아니 매일 아침저녁이 아니라 순간순간 당목은 내 옆구리를 친다. 살아 있기에 울음을 울 수 있는 것이구나. 살아 있다는 것이 울음이구나! 범종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울음 말고 또 무엇이 있는가. 속수무책 우는 것 말고 할 게 없는 생이 바로 범종이구나! 속수무책 몸의 고통을 앓는 것이 생이구나! 시간의 푸른 녹을 막아주는 울음이여! 나의 울음이여 고맙다. 나의 고통이여 고맙다!
이렇게 아름다운 진실을 깨우쳐 주는 시인이 너무 고맙다. 시인은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구나! 이제부터 우리는 고통을 사랑할 수 있겠다 싶다.
이제부터 더 시리게 당목이여 내 몸을 쳐다오. 나는 더 슬픈 울음을 울겠다. 살아 있음을 확인하겠다. 고통이 이렇게 아름다운 생의 노래를 만드는 줄을 이전에는 관념적으로만 알았다. 그러나 이제 온 몸으로 가슴으로 알겠다.
아, 한 편의 시가 이렇게 큰 힘을 가지는 것인가. 시 한 편의 무게를 달면 한 권의 철학책보다 무겁고 성당이나 교회당보다 더 무게가 나갈 것 같다. 아, 시는 언어의 사원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이제 온 몸으로 알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