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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김종순(시인)
중산간 마을 귤밭에서
사흘째 온종일 귤만 쳐다보다
서귀포 새연교에 올라서니
범섬 바다 물빛이 온통 귤색이다
붉은색 색맹이 되었나보다.
온통 너
때로는 색맹이 된다. 대상에 뭐든 간에 색맹이 될 수 있다. 그때는 아마 시신경도 마비가 되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럴 것이다. 과학적으로 규명이 안 돼도 그건 진리다. 시인은 중산간 마을 귤밭에서 사흘째 온종일 귤만 쳐다보았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귤밭에서 사흘째 그것도 온종일 귤만 바라보았다는 것은 귤만 보이는 색맹이 된 것이다. 귤만 보이고 나머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그런 경우가 있다. 하나만 보이고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경험을 한다. 나도 한때는 시만 생각하고 온통 시만 보인 적이 있다. 시가 이 세상의 전부로 보인 적이 있었다. 그러니 다른 것에는 눈이 멀어버렸다. 시인은 새연교에 올라 범섬 바다 물결도 온통 귤색인 걸 본다. 귤만 바라보다 바다도 온통 귤색만 보였다. 태양의 붉은 빛은 보이지 않는다.
귤빛 바다와 하늘이 장관이다. 한 사람을 이렇게 온통 사로잡을 수 있는 빛깔이 있다는 것도 감동이다. 누군들 귤빛 바다와 하늘에 빠지지 않겠는가. 이즈음 귤빛은 거대한 상징이 된다. 한 생을 온통 사로잡을 만한 정조라고 해도 좋고 사상이라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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