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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성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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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성화
이건 성화다. 다른 말이 필요가 없다. 굳이 이 성화의 의미를 읽어 보면, 이렇다. 시인은 한 폭의 성화를 본 것이다. 앞서가는 할머니 손에 고구마순 몇 가닥이 할머니의 걸음 따라 흔들린다. 그 흔들림은 고향의 푸른 밭고랑이 일렁이는 것으로 전이된다. 벌써 버려졌어야 할 고구마순 몇 가닥은 한 평생 매만지던 농사 생각, 자식 생각을 불러일으켜 저렇게 애지중지 붙잡고 걸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풀어 보지만 이런 언술은 저 한 편의 성화 앞에서는 초라하다. 이런 경우는 무슨 말로도 표현이 안 된다.
이런 디카시는 실상 언어가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냥 침묵으로 두어도 좋을 듯하다. 고무마순이라는 제목 아래 점 하나 찍어도 좋을 것 같다. 굳이 언술해야 한다면 앞의 1연만 해도 충분한 것 같다. 물론 2연도 좋은 의미가 덧보태진 거니까 꼭 불필요하다고만 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상이 환기하는 힘은 언술을 넘어 가슴을 뒤흔든다. 이 디카시는 언술보다는 영상의 전경화가 우세하다. 어쩌면 이 영상에게서는 어떤 언술도 누추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거듭 든다. 먼저 영상을 한껏 감상하고 천천히 아래 언술을 읽어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