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학생이 주인이 되는 학교, 한국형 혁신학교
② 성취보다 성장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 디자인, 핀란드
③ 학생이 행복하기 위해 어른의 고정관념을 깬 덴마크
④ 자연 속에서 뒹굴며 배우는 실용주의 교육, 독일
⑤ 고성의 미래 경쟁력, 교육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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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성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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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불황으로 가속화되는 인구절벽
고성은 인구절벽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고성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출생아동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 급속한 인구 자연감소가 진행돼왔다. 주민등록 기준 2005년 출생아동은 305명이었으나 사망자는 이보다 약 2.2배 많은 677명이었다. 2006년에는 출생아동이 소폭 늘어 322명이었으나 사망자는 오히려 큰 폭으로 줄어 607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에는 고성 동해면을 중심으로 조선산업특구가 지정되면서 고성으로 전입하는 젊은 부부가 늘어 출생률이 높아져 349명이 출생했다. 그러나 사망자는 600명으로 그 차이는 계속해 줄어들었다.
줄곧 200~300명 차이를 유지하던 출생 및 사망수 차이는 2010년 출생아동이 497명, 사망자가 628명으로 161명으로 줄었다. 이후 2011년에는 출생수가 438명, 사망자는 577명으로 두 그룹의 차이는 139명으로 좁혀졌다. 조선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조선산업특구 내 기업들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근로자들도 덩달아 빠져나갔다. 젊은 근로자들의 유출은 곧 출산률 감소로 이어졌다. 기반시설의 부족과 정주여건의 불안정 역시 젊은 부부들의 유출 원인으로 꼽힌다.
# 학교의 소규모화와 인재유출, 끊을 수 없는 악순환
군내 초등학교 중 올해 169명이 입학한 고성초등학교를 제외하면 100명 이상 입학한 초등학교가 없다. 군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학생이 입학하는 대성초등학교도 2015학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9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초등학교 19개교 중 10명 이상이 입학한 학교는 거류초, 대흥초, 방산초, 삼산초, 철성초, 하이초, 회화초 등 9개교에 불과하다.올해 입학생이 1명이었던 학교도 영오초, 영현초 등 2개교였다. 이들 두 학교가 있는 지역은 고성군내에서 가장 급속한 고령화를 보이는 지역이기도 하다.지난 2015학년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400명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군내 초등학교 전체 재학생은 2017년 3월 1일 현재 2천221명이다. 그러나 중학생은 1천36명이다.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고성군은 약 1천 명의 학생들이 외지로 진학하는 것을 손 놓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취학아동의 감소는 학교의 소규모화를 불러왔다. 또한 소규모 학교는 지역의 공동화를 불러왔다. 때문에 젊은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도시로 향한다.
고성의 인재 유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는 연합고사를 통한 도시 고등학교 유출이 당연한 일처럼 인식됐다. 평준화 이후에도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도시 지역의 학교를 택하는 사례는 줄지 않는다. 끝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악순환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 때문에 고성 교육의 부활을 위한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 수업 현장이 바뀌어야 학교가 살아난다
대한민국 학교수업이 변하고 있다. 수업방식은 물론 평가방식 또한 빠르게 변한다. 획일화를 부추기던 기존의 주입식 암기 교육 대신 참여형 수업과 하브루타 등 공교육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활발하다.수업방식이 아무리 변해도 평가방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일명 줄세우기 식의 평가는 사라지지 않는다.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시험으로 성적을 매기던 종전의 방식 대신 학생의 성장을 위한 과정중심 평가가 확대되고 있다.
과정중심평가는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을 바탕으로 하는 평가 계획에 따라 교수·학습과정에서 학생에 대한 다양한 자료 수집을 통해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시험이 없어진 초등학교, 지필평가 대신 수행평가로 학생들의 성취도를 확인하는 중학교가 바로 과정중심평가가 적용된 사례로 볼 수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4월, 중고등학교의 수행평가를 50%까지 확대하라는 지침을 내림에 따라 수행평가 점수가 전체 성취도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이미 팀프로젝트 형식의 모둠 중심 수업이 일반화돼있다. 팀원들간 협력을 통해 수업을 준비하고 조사해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이런 평가중심 수행평가는 단순히 암기한다거나 문제 풀이능력만 있다고 해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다. 누가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보다 학생 개개인이 어떤 목표를 얼만큼 성취했는지 평가하고, 풀이과정을 설명하며 논리적으로 과정을 고민해보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종합적인 사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과정중심평가다. 또한 이 과정중심평가는 한국형 교육혁신의 출발이다.
# 아이들이 행복한 경남형 혁신학교
행복학교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경남형 혁신학교를 뜻한다. 현재 고성군내에는 동광초등학교와 대흥초등학교가 행복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대흥초등학교는 이미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행복맞이학교를 운영했다. 이를 통해 교육공동체 관계맺기는 물론 교사 중심의 수업 동아리를 운영해 적극적이고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이해교육, 행복텃밭 가꾸기, 대흥가족 신바람운동회개최 등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한 교육공동체가 학생 개개인의 재능과 특성을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기회를 마련해 소통해왔다.앞서 대흥초등학교는 몇 년간 존폐위기를 겪어왔다. 여느 시골지역이 그렇듯 대흥초등학교가 위치한 대가면 역시 젊은층의 외지 유출이 심했을 뿐 아니라 고성읍과 차로 5~10분 거리라는 지역적 특성상 학교의 소규모화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도예수업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수업은 물론 모둠 중심 수업, 현장학습 등을 통해 대흥만의 특징적 교육관을 정립했다. 또한 학부모와 교직원, 동문회는 물론 지역민들과 행정이 합심해 소규모 학교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장점을 홍보했고 교육과정 역시 이와 맥을 같이 하며 노력했다. 그 결과 시골의 소규모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점차 학생수가 늘어 현재 전교생 66명으로 폐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행복학교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운영되는 행복맞이학교로 선정, 운영 중인 동해초등학교와 동해중학교는 이번 학년이 끝나는 내년 2월 말까지 1년간 작은 학교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집중교육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재능을 발굴하기 위한 특색교육을 진행 중이다. 동해초등학교에서는 여름방학 전 꿈방학기를 운영해 고성에서는 흔히 접하기 힘든 다양한 직업군을 초청해 강의와 실습은 물론 방송사 탐방 등의 현장학습으로 흥미를 더하고 있다.또한 동해중학교에서는 대규모 학교에서는 하기 힘든 골프 수업 등을 실시하며 소규모 학교라는 위기를 오히려 발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오히려 강점으로
앞서 핀란드의 에스토니아어 이중언어수업은 물론 독일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학교의 사례에서 보듯 유럽에서는 이미 다문화수업이 일반적이다. 특히 이중언어수업은 다문화 아이들만의 강점으로 삼아 오히려 장려하고 있다.고성군내 다문화가정은 370여 세대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이들 외에도 다문화가정임을 밝히기를 꺼리거나 조사 당시 누락된 세대를 포함한다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내 다문화 가정의 학령기 아동은 지난해 말 기준 207명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동만 50여 명이었다.최근 들어 고성에서도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이중언어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키워줘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소규모 지역 교육청에서는 흔하지 않은 이중언어 말하기대회도 그 일환이다.
고성교육지원청은 학생들의 언어 재능을 조기에 발굴하고 이중언어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한 다문화 이중언어말하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엄마의 나라 혹은 아빠의 나라 문화와 언어에 대한 자긍심과 정체성을 확립, 나아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한 시작이다.
대회는 초등부와 중등부로 나눠 진행된다. 한국어는 물론 부모 나라의 모국어인 베트남어, 일본어, 중국어, 캄보디아어 등으로 경쟁을 펼친다. 아이들은 꿈과 미래, 다문화사회와 문화, 전통, 가족 등 자유로운 주제를 놓고 다양한 언어를 사용해 자신만의 화법으로 설명한다. 이런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는 그동안 다문화가정임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았던 아이와 부모의 인식을 전환하고, 다문화가 약점이 아닌 고성군의 미래인재들에게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심어준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일회성 대회만 마련돼 이중언어를 강점이자 특성으로 발전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핀란드와 독일의 사례처럼 자연스러운 이중언어 구사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 환경의 개선과 지원 그리고 다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역시 고성 교육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이자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교육의 혁신은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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