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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깬 덴마크

공동기획취재-혁신교육의 현장을 가다
교실과 숙제, 시험이 없는 열린 학교 헬레럽학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만드는 아이들의 미래
학교는 공장이 아니라 정원, 스코보에프터스콜레
민주시민을 육성하고 존재 가치를 찾는 학교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7년 10월 10일
글 싣는 순서
① 학생이 주인이 되는 학교, 한국형 혁신학교
② 성취보다 성장을 먼저 생각하는
육 디자인, 핀란드
③ 학생이 행복하기 위해 어른의 고정관념을 깬 덴마크
④ 자연 속에서 뒹굴며 배우는 실용주의 교육, 독일
⑤ 고성의 미래 경쟁력, 교육이 답이다
ⓒ (주)고성신문사

덴마크는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공교육과 사교육이 균형있게 공존하는 나라다. 또한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학비와 복지 걱정이 없는 나라다. 덴마크에서의 학교는 민주적이고 가치 있는 시민을 육성하는 기관이지, 지식을 주입하는 곳이 아니다.이러한 덴마크의 교육철학 중심에는 니콜라이 그룬트비와 크리스튼 콜이 있다. 두 명의 사상가이자 교육자들은 19세기, 이미 공교육의 모순을 지적하며 새로운 학교가 필요하다고 주창했다. 다시 말해 공교육이 엘리트 양성을 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참여적인 민주시민의 육성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덴마크의 교육은 약 200년을 거쳐 지금과 같은 교육복지 일등국가로 자리잡게 했다.

▣ 헬레럽학교
# 새로운 교육에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
문을 열고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면 그 옆의 건물들처럼 회사인 줄 알았을 것이다. 헬레럽학교는 겉으로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학교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전혀 다른 공간이다. 아이들은 원목마루 위를 맨발로 뛰어다닌다. 양말이나 신발을 신었을 때 미끄러지며 생길 수 있는 위험도 문제지만 그보다 나무를 직접 밟으며 느낄 수 있는 감각적 성장이 우선이다.더 희한한 광경은 이 학교 안에는 ‘교실’이 없다는 것이다. 벽으로 공간을 구분하고 문이 달려있는 교실은 헬레럽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모든 공간은 뚫려있다. 한국의 학교처럼 긴 복도를 따라 늘어선 교실이 아니라 가운데 일종의 중정 형태로 도서관이 내려다 보이는 건물에 빙 둘러 학습공간, 놀이공간, 공연 등이 가능한 다목적공간으로 구성돼있다.“폐쇄되지 않은 학습공간은 말 그대로 공간에 제약을 두지 않아 아이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합니다. 사고 역시 영향을 끼치겠죠. 싸워도 언니오빠가 달려가 중재할 수 있으니 아이들간 관계의 양상이 달라집니다. 이런 열린 공간은 교사들에게도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교수법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모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해요.”헬레럽에서 7년을 근무한 애나 교사의 말이다.헬레럽은 15년 전 ‘새로운 교육에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은 건축가와 교사, 학부모가 학교 만들기에 동참해 지금의 모습을 완성했다.

# 교사는 아이의 미래를 위한 조력자
헬레럽에서는 4개의 학급이 홈을 공유한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1주일간 서로 친해지기 위한 프로젝트가 열린다.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6개월 단위로 수학, 과학, 영어 등 특정 교과목을 주제로 한 축제다. 1주일부터 4주일까지 프로젝트의 기간은 달라진다. 이 학교에서는 3개의 학급이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받는다. 90분 수업이 이어진 후 30분의 쉬는 시간을 갖는다. 한 번 담임교사가 정해지면 3년은 바뀌지 않는다. 아이의 성장과정을 꾸준히 지켜보고 아이의 진로를 함께 의논할 수 있는 대상은 다름아닌 부모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교사다. 교사는 아이의 적성이나 특기에 대해 조언하기도 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며 아이, 학부모와의 꾸준한 상담을 통해 진로를 정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조력자이기도 하다.상대적으로 손이 더 많이 가는 저학년 교실에는 교사가 둘이다. 담임교사와 보조교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담임교사가 수업을 이끌어간다면 보조교사는 잘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살피는 역할이다. 부진학생은 특수교사가 맡아 학습량을 조절해가며 뒤처지지 않게 관리한다. 향후 7~9학년은 3명의 교사가 함께 통합수업을 할 계획도 있다고 한다. 학년융합수업이다. 예를 들어 3학년이라도 학습능력이 된다면 6학년과도 수업을 함께 들을 수 있고, 미진한 과목은 저학년과 함께 수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숙제와 시험 대신 가족과 보내는 시간헬레럽에서는 숙제가 없다. 교과서는 학교에서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오후 2시면 아이들은 하교한다. 집에 가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헬레럽의 아이들은 교과서를 학교 밖으로 아예 가져가지 않는다. 모든 교과서는 학교 내의 사물함에 보관한다. 학부모에게는 책 읽기만 강조할 뿐 학습에 대한 어떤 강요도 없다.헬레럽에서는 시험도 없다. 아이의 지식 수준을 일괄적 잣대를 들이대 평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가 오늘은 해결방법을 알 수 없는 문제라도 내일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점수를 매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성적을 매기는 것은 7학년부터다. 시험이 없을 뿐 부족한 부분은 상담하고 지도하면서 아이의 실력이 뒤처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관리한다.“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눈 앞의 점수 1~2점보다 앞으로 수십 년을 살면서 하게 될 일과 삶에 대한 즐거움을 찾는 일입니다. 학교는 아이들의 더욱 풍성한 삶을 만들기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 스코보에프터스콜레
# 학생들이 꾸려가는 학교와 일상
“똑같은 기성품을 찍어내는 공장처럼 똑같은 지식을 가진 기계 같은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제각기 다른 특성과 아름다움을 갖고 꽃을 피우는 정원이어야 해요. 내 정원의 꽃과 나무들은 말을 걸고 애정을 나눠주면 그만큼 풍성하고 아름다워지죠. 그게 우리 아이들의 삶이어야 합니다. 학교는 공장이 아니라 정원이어야 해요.”모르고 왔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것처럼 평범하고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대개의 덴마크 학교가 그렇듯 스코보에프터스콜레 역시 교문도 따로 없다. 학교에 들어선 시간은 막 점심식사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스코보에프터스콜레에는 조리사가 따로 없다. 조리실에는 학생들이 앞치마를 두른 채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조리실을 청소한다.급식만이 아니다. 스코보에서는 생활 전반에 있어 교사나 학부모, 직원들의 역할은 극히 미미하다. 대부분의 일상은 학생들에 의해 꾸려가고 있다.

# 에프터스콜레의 핵심은 인간관계
에프터스콜레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전 진로와 삶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에 주로 택하는 일종의 대안학교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인생설계학교로 불리기도 한다. 아이들은 상급학교 진학 전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혹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더 폭넓은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 때로는 본인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찾기 위한 다소 철학적인 이유로 에프터스콜레를 택하기도 한다.스코보에는 9~10학년 남녀학생이 섞인 11개의 패밀리그룹이 있다. 이 그룹은 점심식사는 물론 청소와 대화까지 생활 전반을 함께한다. 사람과의 관계가 에프터스콜레의 핵심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가족과 같은 개념의 그룹 생활은 에프터스콜레에서는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남녀가 골고루 섞이고 친한 아이들은 오히려 떨어뜨려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한다. 가족을 희망에 의해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이 패밀리그룹 또한 1년간은 그대로 유지된다.

# 모든 아이를 받아들이는 열린 학교
극장과 체육관을 지나 교실로 들어섰다. 도통 무슨 시간인지 알 수가 없다. 교실은 음악교실인데 아이들은 마주앉아서 생전 처음 듣는 언어로 제각기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때로는 파트너가 바뀌기도 한다. 시끌시끌한 교실 분위기에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교사가 ‘우분투’라고 소개한다.아이들은 우분투 프로그램으로 방학 중 2주간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 그 전에 미리 우분투를 체험해보는 것이 이 시끌벅적한 수업이다. 우분투는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어다. 스코보의 철학을 이만큼 잘 나타낼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 학교는 존재의 가치를 찾는 과정
스코보의 새로운 규칙이나 생활규범을 만드는 것은 아이들의 의견이다.재학생 마커스는 “흡연 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아이들의 의견을 먼저 물어본다.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아이들의 존엄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게 내가 스코보에프터스콜레를 택한 이유”라고 말한다.벤자민은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자 한다면 학교에서는 기회를 주고 방법을 제안한다. 일반 공립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관계를 맺는 것이다.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내가 뭔가를 배운다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는 답을 한다.아이들의 나이는 15~16세. 우리로 치면 갓 중학교를 졸업했거나 고등학교에 입학해 학원과 야간자율학습에 쫓길 나이에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의 아이들은 10~20년 후의 미래를 그리며 1년을 ‘존재의 가치’를 찾는 데 투자하고 있었다.얀 듀프케 교장은 말한다.“학교에 가지 않아도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에프터스콜레는 민주적인 시민을 기르는 것이고, 주요교과의 일반적 역할을 해낼 수 있어야 하며, 삶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모든 학교가 그렇겠지만 학교를 세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 기반이 확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통된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든 아이를 받아들이는 열린 학교, 그게 에프터스콜레의 가치이자 존재의 이유입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7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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