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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성신문사 |
갑자기 업무 수첩을 보았다. 벌써 8월도 하순, 이제 며칠 있으면 9월이다. 올 한 해는 무엇을 하든지 최선을 다해보리라 작심했던 일들을 깨알같이 적힌 수첩 속에서 찾아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낙제점이다. 나름 최선을 다해 뛰었는데도 정작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양심의 점수는 그리 후덕할 수 없다.무엇 때문일까? 내가 살고 있는 고성도 돌아보자.
최고의 수장이 중간에 낙마하고, 그래도 좋은 분이 부군수로 오셨다. 군청에는 승진 인사도 있었고 반대로 승진에서 누락된 분도 있었다. 농사도 마찬가지다.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더운 여름이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들은 그 끝자락에 있다. 당연히 농작물은 수확량을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같은 여건 속에서도 9월을 준비해야하는 나는 어떤 자세여야 하는가!
먼저, 책을 준비하리라.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계절에 어울리는 책 세권은 구입해야겠다. 그 중에는 시집(詩集)도 한권 사고, 수필도 사고, 단편 소설도 준비해야겠다.
둘째, 바쁜 일상에 잊고 살았던 고마운 이들에게 보낼 인사말을 준비해야겠다.은행잎을 넣은 인사말, 가을을 담은 노래 등 수십 색깔의 언어로 지인(知人)의 마음을 녹여 줄 아름드리 인사말을 준비해야겠다.
셋째, 자주 뵙지 못한 은사님을 찾아뵈어야겠다.
늦게 시작한 만학(晩學)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갈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신 대학교 1학년 때 교수님을 뵈러 가야겠다. 그동안 소원했던 죄송함을 큰 절로 갚도록 하겠다.
넷째, 시집간 딸의 집을 방문해 보고 싶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자식을 시집 보내고 돌아오면서 혼자 울었던 아버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제는 자식을 낳아 부모가 된 딸네 집을 찾아가서 어떻게 사는지 조용히 지켜보고 싶다.
다섯째, 일찍 퇴근해서 잠든 아내의 얼굴을 보고 싶다. 투박한 경상도 사나이의 등 뒤에서 잠든 척 지켜봐 주는 아내의 헌신에 보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찾아 볼 일이다.
9월! 그리고 가슴 뛰는 가을을 맞아하면서 나는 나에게 물어볼 것이다.
준비한 다섯 가지의 마음자락을 얼마만큼 지켜갈 자세가 되었느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