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주)고성신문사 |
 |
|
|
ⓒ (주)고성신문사 |
바싹 말라 죽은 나무가 있다. 껍질이 벗겨져 썩은 속살이 드러났다. 아무리 들여다 봐도 범인의 눈에는 그저 흔한 고사목일 뿐이다. 그런데 시인의 눈에서는 꿈을 꾸며 상하는 새가 된다. 쇠락해가는 것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 그것이 송찬호 시인의 작품세계다. 시인은 지상에서 이미 소멸한 지 오래인 꿈을 또한 그만큼 오래 말라버린 고사목에 투영한다.
송찬호(사진) 시인이 계간 디카시 2016년 겨울호에 발표한 작품 ‘비상’이 제3회 디카시 작품상을 수상했다. 문자시로만 독자를 대하다가 지난해 여름에서야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디카시를 쓰기 시작한 지 1년 만이다.송찬호 시인은 “동네 골목을 누비며 쇠락해가는 것들, 소멸해가는 것들을 디카시로 담았다”면서 “세상 멀리 갈 것도 없이 충북 보은군 관기에서 경북 화령을 오가며 생활 주변의 일상을 성찰하면서 디카시가 도래하는 문학의 새로운 양식임을 직감하고 이를 즐겁게 받아들여 쓰는 데 힘을 쏟을 뿐”이라고 말했다.
심사평에서 김종회 경희대 교수는 “이번 수상작은 시인과 고사목이 순간 정서적 동일체가 되면서 고사목이 말하는지 시인이 말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한 몸, 한 목소리로 읊조리며 디카시의 정수가 무엇인가를 웅변으로 증명한다”며 “둘이 한 몸이 되어 비로소 시, 디카시가 되었다. 기왕의 작품들과 지금의 당선작, 그리고 내일의 기대를 바라보자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겠는가”라는 평을 하기도 했다.1959년 충북 보은 출생인 송찬호 시인은 어려서부터 글과 그림을 좋아했고 즐겼다.
철이 들어가며 글에 매달렸다. 그의 말마따나 ‘숨을 쉬듯’ 글을 썼던 그는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을 통해 등단한 후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등 시집을 꾸준히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저녁별’, ‘초록 토끼를 만났다’ 등 동시집으로도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제3회 디카시 작품상 시상식은 오는 26일 오후 3시 고성박물관에서 제10회 경남 고성 국제디카시페스티벌 행사와 함께 개최된다. 시상식과 같은 날 개막하는 국제디카시페스티벌은 고성박물관 외곽에 거리배너 디카시전이 개최되고 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는 제1회 한중 디카시교류전이 마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