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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성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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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나무와 옥수수
“쌀나무가 어떻게 생겼어요?”한 번도 벼를 본 적이 없는 도시아이들은 쌀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모른다. 사실인지 우스갯소리인지 모르지만 그런 황당한 질문에 난처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성의 아이들은 다행이라고 할까, 그런 코미디 같은 질문을 하는 아이가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러나 고성의 아이들이라고 도시의아이들과 많이 다르다고는 생각하지않는다. 농촌 지역이지만 실제 농사를 짓는 가정보다는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가정이 더 많다보니 농촌에산다고 농작물에 대해 더 많이 알고있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열린 옥수수 따기 행사에서도 엉뚱한 질문을하는 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옥수수는 열대 지방 식물이 아닌가요? 그리고 왜 알갱이가 없고 푸른색을 띠고 있나요?”아마도 아이는 부모님이 사다주는껍질을 벗겨내고 삶은 옥수수만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여름에 주로 먹다보니 열대 과일 정도로 생각한 것같은데 이날 체험을 통해 알고 싶은답을 찾아 갔을 것이다.지난 7월 8일, 아이들은 고성박물관 앞 옥수수 재배지에서 부모들과함께 옥수수를 직접 따보는 체험 활동을 하였다. 행사장 한 쪽에는 삶은옥수수에서 나오는 더운 김이 잔칫집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고, 평소 전통춤으로 주민들을 즐겁게 해주던전광열 씨는 분주하게 솥뚜껑을 열었다가 닫기를 반복하며 옥수수를삶는 아저씨 역할을 하고, 군정에 바쁜 이쌍자 의원은 오늘은 유치원 선생님 콘셉트로 아이들에게 풍선을나누어 주고 있다. 바쁘게 움직이는사람들은 모두 행사를 주관하는 고성읍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이다.그러나 주민자치위원들 개개인이 지역의 각 단체와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일원이다 보니 마치일개 단체의 행사가 아닌 주민 모두가 참여하여 봉사하는 행사라는 느낌이 든다.이번 행사는 오래 전부터 기획되었다고 한다. 처음은 고성의 특화된 먹거리로 알려진 월평리 옥수수를 주제로 하여 일명 ‘월평리 옥수수축제’를 계획하였다. 그러나 공룡엑스포나 군민의 날 등 비효율적인 축제에 지친 일부 주민들의 반대 여론과 현지 주민들의 비협조라는 벽에부딪혔다. 수요량에 비해 생산량이부족할 뿐더러 축제를 않아도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구태여 행사를 할필요가 있느냐는 현지 주민들의 불만은 축제 추진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보태어 주민자치위원회가 그동안 어린이들을 위한 사업으로 진행해오던 수남리 갯벌 체험이간척사업으로 중단된 것도 행사 기획의 이유가 되었다. 이런 두 가지의사업 중단을 결합할 수 있는 대안으로 나온 것이 옥수수 따기 체험이다.옥수수 따기 활동과 함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부모들과 함께 하는 어린이들의 작은 축제’로 만드는 것이었다. 위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기획이 아닐 수없다.그런데 이번 행사에서 짚어볼 것은 2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인 대규모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행사에든 경비는 불과 50만 원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행사가 끝날 때마다밑 터진 자루에 부어넣은 돈타령을하던 사람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이번 행사에 든 경비는 옥수수 모종 값이 모두였다. 나머지는 모두 주민자치위원들의 봉사로 이루어졌다. 올4월초에 자치위원회 위원들은 위원회 소속 봉사단체의 협조를 받아 박물관 앞 도로변에 옥수수 모종을 심었다. 그리고 직접 거름을 뿌리고 잡초를 뽑고 물을 주었다. 그렇게 키운옥수숫대에 약 6천400개의 옥수수가열렸다. 행사 진행도 마찬가지였다.필요한 물품은 거의가 무상대여거나기증품이었다. 그러니 큰돈이 들어갈 일도 없었다.
# 축제의 가능성을 옥수수 따기행사에서 찾다
아이들은 먼저 옥수수로 인형 만들기를 하였다. 갓 따온 옥수수에 옷을입히고 눈과 입을 붙인다. 앙증스런장난감 하나가 후딱 만들어진다. 이어 행사의 마무리라고 할 수 있는 옥수수 따기 체험에 들어간다.“수염이 검고, 만져서 딱딱한 것을따야 합니다.”방금 막 밭두렁을 헤매고 나온 듯흙 묻은 작업복 차림의 김권수 위원장이 옥수수 따는 법을 설명한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여태 먹기만 했을뿐 직접 옥수수를 만져보는 것은 처음이다. 거기에 울창한 옥수숫대가밀림을 연상시킨다. 자신의 키보다더 큰 옥수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며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옥수숫대사이에 숨어 숨바꼭질을 하기도 하고, 옥수수수염을 얼굴에 붙이고 할아버지 흉내를 내는 아이도 있다. 그리고 옥수수밭 앞에서 가족끼리 기념사진도 남긴다. 모두가 함께하는가족 행사로 손색이 없다.주민자치위원회는 이 행사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하반기에는 옥수수를 뽑은 빈 터에 배추와 시금치를 키워 배추는 김장나누기 봉사활동에 사용하고 시금치는 아이들과 함께 캐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한다. 정말 멋진 기획이다. 고성사랑회가 주관하는 어린이날 행사와 함께 지역의 어린이 행사로 자리매김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체험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는 새교육공동체와의 사업 연계도 고려해볼 일이다.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을 위한체험활동의 확대는 다다익선이다.축제 행사를 하는 장소로는 어쩌면월평리 들판보다 조건이 좋을 수도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접근성이 좋다. 월평리의 경우 차량 통행이빈번한 곳이라 사고 위험이 많은데비해 박물관 앞은 차량 통행도 적을뿐더러 주민들이 걸어서도 올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뛰어나다. 또 월평리는 옥수수 집단 재배지로 행사를개최할 공간을 구하기 어렵지만 이곳은 그런 공간이 많다. 또 학부모와함께 함으로서 안전성이 확보된다.아울러 주변에 송학동 고분과 고성박물관이 있어 관광객을 끌 수 있으며 근처에 고성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 읍사무소와의회, 그리고 공설운동장까지 있어주차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행사를함께 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적은 경비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자원봉사자의 힘을 빌릴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재배를 위해인근 농지를 빌린다고 해도 2천만 원안팎의 적은 경비로 가능하다. 그러기에 월평리에서는 그대로 삶은 옥수수를 판매하고, 박물관 앞의 들판은 축제장으로 만들어 판매뿐만 아니라 체험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고려해 볼 만하다. 이번 행사를 좀 더보완을 한다면 군민 모두가 참여하는 큰 축제로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 이제는 실천으로 가야 한다
고성 옥수수의 주 산지인 월평리는인근에 바다가 인접해 있으며 연중기온이 고른 지역으로 농작물을 재배하기에 알맞은 곳이다. 그러나 월평리도 처음부터 옥수수 재배를 대대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지금은 넓은 들판을 옥수수가 덮고 있지만 예전에는 작은 땅 활용의 차원에서 밭두렁을 따라가며 몇 그루 심은 것이옥수수 농사의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에 일부 농민이 거리에서 삶은 옥수수를 판매하던 것이 인기를 끌면서 재배와 판매가 확대되어 지금의 ‘월평리 옥수수’라는 이름을 만들어 내었다. 지역의 고유한 먹거리 상품이 없어 고민하던 고성으로서는 뜻밖의 복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옥수수의 경제적 가치에 들뜬 고성군과 주민들은 ‘월평리 옥수수’라는 이름을 브랜드로 만들고 판매를 확대하기 위하여 옥수수 축제를 고민하였다. 그러나 여태껏 행사가 필요하다는 여론만 있을 뿐 추진체도 없고 사업의 진척도 없다.오늘도 월평리 앞 도로는 노점상과옥수수를 사려는 손님들로 붐빈다.그러나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많다.고성의 옥수수 축제는 꼭 필요하다.최근에는 옥수수의 유명세를 타고배둔 입구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암면까지도 매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그러다 보니 ‘월평리 옥수수’의 이름은 이제 ‘월평리’라는 작은 지명을 떼고 ‘고성 옥수수’로 바뀌고 있다. 고성으로 봐서는 좀 더 넓은 이미지를가지게 되어 나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지금 때를 놓치면 ‘고성 옥수수’라는 명칭마저도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옥수수 판매가 고성의 도로에서 그치면 좋으련만 최근에는 고성을 넘어 통영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러다보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14호선국도에 들어서면 어디에서든 옥수수를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심어질까 두렵다. 그리고 자동차 전용도로가 고성을 통과하면 좌판을 벌일 수 있는공간이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최소한옥수수 축제 흉내라도 내어 지역의특산물로 브랜드로 만들어야 ‘아, 고성에 가면 옥수수가 있지!’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옥수수 따기 행사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행사장 뒤편의 넓은 논밭을빌려 옥수수를 대량으로 키우면 어떨까?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영을 하지 못한다면 사회봉사단체에 땅을빌려주어 옥수수를 키우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옥수수 축제는 돈을 먹는 하마는 아니다. 이번 옥수수따기 행사에서 보듯이 적은 경비로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사업임에 틀림없다. 공룡엑스포 행사처럼 대대적인 홍보를 않아도 된다. 전국에서사람들을 불러들일 만큼 수확물이많지도 않아 지역 축제로 브랜드를굳히면서 차츰 재배지를 넓히는 것이 옳을 것이다.많은 주민들이 고성 옥수수의 브랜드는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그러나 브랜드를 추진하는 발걸음은더디기만 하다. 고민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늦으면 안 된다. 14호선 국도 전체가 옥수수 노점상으로 덮이기 전에 ‘고성 옥수수’로 브랜드를 고착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옥수수 축제가 꼭 필요하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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