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쌀 소비 저하, 남아도는 쌀 골칫거리로 전락
② 베트남 음식에 빠질 수 없는 재료 쌀
③ 쌀 가공 식품개발로 쌀 소비 활로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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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에서는 쌀 가공식품의 수요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일반 마트에서도 쌀을 가공한 다양한 제품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은 쌀 가공업체 비폰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는 쌀국수 건면 |
ⓒ (주)고성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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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전 국민의 7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대표적인 농업 국가다.그 중에서도 벼를 재배하기 위한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연간 최대 3모작도 가능하다. 이러한 자연환경 때문에 베트남의 한 해 쌀 생산량은 베트남 전체 농업 생산량의 절반에 육박한다.올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간한 ‘식량 전망’(Food Outlook)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올해 2천860만 톤의 쌀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중국 1억4천230만 톤, 인도 1억1천40만 톤, 인도네시아 4천660만 톤, 방글라데시 3천480만 톤에 이어 세계 5위에 해당한다. 베트남은 세계 5위의 쌀 생산국으로 쌀을 많이 생산하는 만큼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쌀을 활용하는 식문화가 발달해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쌀국수로, 베트남쌀국수는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쌀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즐겨먹는 베트남 사람들의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138㎏으로 국내 1인당 쌀 소비량 76㎏보다 두 배 가량 많다.특히 베트남 하노이는 세계적인 음식으로 꼽히는 쌀국수의 본고장으로 쌀국수 관련 가공업체와 유통판매, 음식점 등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 베트남 국가대표 음식 ‘쌀국수’
베트남의 대표 음식이 된 ‘퍼(Pho)’라고 불리는 쌀국수의 역사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9세기 말 방직공업이 번성했던 남딘의 공장에서 하루 일과를 마친 노동자들이 고기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던 것이 쌀국수의 시초라는 설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19세기 초 베트남에 소개된 프랑스의 요리 ‘포토푀’가 베트남의 식재료에 맞게끔 변형되었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퍼의 국물을 만들 때 사용되는 구운 양파와 생강이 포토푀를 만들 때 사용되는 것과 동일하며, 베트남 이외의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이러한 조리방법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또한 예부터 베트남 농경사회에서는 노동력을 중요하게 생각해 소를 신성시하였기 때문에 식용하는 일이 드물었고 베트남에서 프랑스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퍼가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쌀국수는 베트남 사람들이 분주한 아침의 간편한 식사 혹은 출출할 때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쌀국수는 쫄깃하게 삶아낸 면발에 쇠고기나 닭 육수를 넣고 신선한 야채를 듬뿍 곁들여 먹는 건강식이다. 베트남의 거리에서는 흔히 노점에서 조그마한 의자에 앉아 쌀국수를 먹는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베트남 하노이에서 대를 이어 쌀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는 반따이(27) 씨는 “베트남에서는 쌀국수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 경우가 많고 하루 세 끼를 쌀국수를 먹거나 간식이나 야식으로도 쌀국수를 즐긴다”며 “가격도 3만 동(1천500원) 정도여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베트남 사람들은 밥과 쌀국수로 주로 끼니를 때우기 때문에 쌀국수집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쌀국수를 판매하고 있다”며 “쌀국수의 종류도 엄청 다양하다”고 했다. 식당들은 대부분 가내수공업 형태의 공장에서 매일 생면을 받는다. 반따이 씨의 가게에서도 예전에는 생면을 직접 생산했지만 지금은 공장에서 생면을 받고 있다. 하노이에서 400년의 가업을 이어 15살 때부터 전통쌀국수를 생산하고 있는 반후안(43) 씨는 “쌀을 불려 갈아낸 물에 증기를 쬐어 넓게 편 다음 자르면 생면이 된다”며 “면은 새벽에 한 번 뽑고 오후에 한 번에 뽑아 인근 가게나 하노이 시내에 가게에 면을 공급한다”고 말했다.
# 쌀로 만든 다양한 음식들
베트남에서는 쌀국수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에 쌀을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이 두 배 가량 많은 것도 쌀 중심의 식문화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베트남에 다양한 쌀 식문화가 형성된 것은 중국과 프랑스의 식민 통치로 동서양 요리의 영향을 동시에 받았기 때문이다.베트남에서 밥은 ‘껌’이라 부르며, 흰밥에 국과 반찬에 먹거나 덮밥이나 볶음밥으로 먹기도 한다.
또 아침에는 쌀국수 외에도 찰밥 위에 고기·건어물·채소 등을 올려 간단하게 먹는 음식 ‘쏘이’와 밀가루와 쌀을 섞어 만든 바게트 사이에 햄·채소 등을 넣은 베트남식 바게트 샌드위치인 ‘반미’를 먹기도 한다.특히 베트남에서는 우리나라 베트남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이스페이퍼(rice paper)를 여러 요리에 사용한다.쌀 반죽을 전병처럼 얇게 부쳐 대나무판에 말린 라이스페이퍼를 베트남에서는 ‘반짱’이라 부른다. 라이스페이퍼는 오래 보관이 가능해 베트남전쟁 때 비상식량으로 쓰이기도 했다.라이스페이퍼를 감싸는 방식에 따라 요리가 달라지는데, 채소·고기·새우 등을 넣고 말면 ‘스프링롤’이라 불리는 ‘고이꾸온’, 말아서 찌면 ‘반꾸온’, 말아서 튀기면 ‘짜조’가 된다.간식이나 디저트로 먹는 쌀음식도 여러 가지다. 쌀 반죽을 구운 베트남식 부침개 ‘반쎄오’, 동그란 찹쌀 도넛 ‘반란’, 고기와 새우를 넣은 떡 ‘반잇짱’ 등도 있다. 이처럼 수많은 음식에 쌀이 사용되기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의 식사에서 쌀을 먹고 있는 셈이다.
# 쌀 가공식품 개발해 세계로 수출
베트남의 쌀국수 산업은 기존의 생면을 생산하는 전통 방식에서 보관이 용이한 건면을 생산하는 공장방식으로 변화하면서 각종 가공제품들을 만들어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베트남의 국수 수출와 월남쌈에 쓰는 라이스페이퍼의 수출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베트남에서 가장 먼저 쌀국수 제품을 개발해 수출에 나선 업체는 ‘비폰(VIFON)’이다.이 업체는 1963년 설립돼 라면을 생산하다 1995년부터 쌀 제품을 생산하며 현재까지 시장점유율의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비폰의 쌀 제품은 전체 제품의 연간 생산량 20만 톤 중 60~65%를 차지하고 있으며, 월 500톤의 쌀을 원료로 사용한다.쌀국수 건면·인스턴트 쌀국수·쌀죽 등이 대표적인 제품으로 베트남 현지의 대부분 마트에서는 라면처럼 봉지와 용기 제품 등으로 판매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비폰은 베트남 내 64개 대형 유통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며, 생산량의 30%를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50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한국의 홈플러스와 쌀국수 식당에도 수출한다.비폰의 쌀국수 제품들은 매년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비결은 위생적이고 편리하면서도 식당에서 먹는 쌀국수와 같은 맛과 영양을 살린 것이라 한다.
베트남은 세계 5위의 쌀 생산국이기도 하지만 세계 2위의 쌀 수출국이기도 하다.하지만 근래 들어 베트남에서도 쌀 소비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세계적인 쌀 소비 감소로 인해 베트남의 쌀 수출 물량도 줄었다.이 가운데 쌀로 만든 가공제품의 수출향상은 베트남 쌀 산업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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