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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머리 어린 시절! “우리만은 세월이 비껴가겠지”라며 유수같이 흐르는 세월을 느끼지 못한 채 우리는 결코 늙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히 믿고 있었지.
그러나 천진했던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1갑자’가 지난 지금 세월을 비껴갈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게 돼 버렸다.
이제는 “친구야! 반갑다”며 손 내밀어도 그 손 잡아줄 친구의 모습 조차도 쉽게 찾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됐고 세월의 무상함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해방 이듬해 엄동의 찬 바람이 잠깐 따스한 햇볕에게 자리를 내주던 2월 어느날, 남학생 12명, 여학생 5명 등 총 17명의 우리 삼오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은 졸업을 앞두고 교정에 모여 졸업사진을 촬영했다.
이름 석자만 들어도 언제나 가슴이 뭉클하고 그리운 얼굴이 되어 아련한 어린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친구들.
전을남 김외도 서정히 이명세 장영귀 하상룡 이삼기 김경련 황상수 문영태 김옥순 문정애 류경렬 허도렬 김호정 구또실 윤점도.
이 빛 바랜 한 장의 추억속 사진속에는 까까머리에 초롱한 눈망울을 하고 서 있는 우리들의 폼이 영낙 없이 우리의 아들, 손자들과 닮아있다.
당시만 해도 우리들은 삼오초등학교 제1회 졸업생이라는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
1945년 4월 삼상공립국민학교 설립인가를 받아 문을 연 삼오초등은 지난 99년 9월 삼산초등학교에 통합, 폐지됐다.
총 53회까지 졸업, 2천41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다.
지금은 사랑나눔 공동체에서 임대를 받아 정신·일반지체 장애우들을 돌보며 장애우들의 보금자리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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