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할머니 이 다음에 돈 많이 벌어 예쁜 옷, 맛있는 음식 많이 사 드릴께요.”
아홉 살 윤하(상리초등)와 여덟 살 낙훈이는 어른이 되면 꼭 할머니께 효도를 하겠다고 다짐한다.
윤하와 낙훈이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한지 꼬박 4년.
도회지 생활을 하던 부모의 갑작스런 헤어짐으로 이들 남매는 시골 할머니께 맡겨지게 된 것이다.
할머니는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손자들만 보면 눈물부터 난다.
“모든 것이 내가 죄가 많아 이 어린것들이 고생한다고 생각하면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는 할머니는 자신의 운명이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칠순을 넘긴 할머니가 어린 두 손자를 양육하기엔 갈수록 힘든 처지다.
농삿일로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는 이제 자신의 건강도 예전같지 않아 안 아픈 곳이 없다.
게다가 남편인 할아버지는 벌써 몇 달째 병원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들 학교 뒷바라지 때문에 할아버지 병간호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린 손자들도 문제지만 벌써 수년째 연락이 없는 아들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미어 온다는 할머니.
특히 명절이 다가오면 할머니의 마음은 천근만근이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어디 가서 연락도 없이 이리 애를 태우는지 모르겠다”는 할머니는 지금이라도 아들이 돌아와서 아이들과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으면 소원이 없겠단다.
“며칠 전에는 전화가 왔는데 상대방이 말을 안 하길래 틀림없이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나 혼자서 수화기에다 대고 돌아오라고 했더니 글쎄 다른 사람의 전화더라구.”
이런 일을 겪고 나면 할머니는 손자들을 안고 복받치는 설움을 눈물로 달랜다.
눈물과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는 할머니를 이제 손녀 윤하가 위로한다.
윤하는 “할머니 울지마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며 할머니를 위로하지만 사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은 건 오히려 할머니보다 더 간절하다.
“운동회나 학예발표회 때 친구들의 엄마 아빠가 학교에 오는 모습이 제일 부러워요. 그리고 너무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윤하.
그렇지만 단 한번도 할머니에게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엄마 아빠를 보고 싶어 하면 할머니 마음이 더 아프잖아요”라며 오히려 할머니를 걱정하는 윤하.
또래 아이들보다 일찍 철이 든 윤하는 할머니를 도와 집안일도 곧잘 해낸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동생 숙제부터 챙기고 난 후 방청소, 마루청소를 하는 윤하.
아홉살 윤하는 그 또래 여자아이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예쁜 옷을 입고 싶어하지만 한번도 할머니에게 옷 투정을 해 본적이 없다.
할머니는 오히려 그런 손녀가 안쓰럽기만 하다고.
“제 부모밑에서 살면 그렇지 않을텐데 할머니 걱정할까봐 말을 안하는 거지”라는 할머니는 올 추석에는 읍내 장에 가서 예쁜 옷 한 벌 사줄 요량이다.
상리면사무소로부터 매월 3만5천원씩 양육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사실상 이 금액으로 경제능력이 부족한 할머니가 손자 둘을 키우기엔 역부족이다.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윤하, 선생님이 꿈이라는 낙훈이.
자신들을 키우느라 고생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꼭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