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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덕에서
정지원
지천명 허리께 오른 인생
천천히 내려놓으며
천명 혹은 달관
언덕을 천천히 걸어 내려가는 풍경이 이채롭다.
정상에 올라가 본 사람은 안다. 정상에 오르기 전에는 거기만 가면 꿈꾸던 파라다이스가 있는 줄 알고 기를 쓰고 오르고 또 오른다. 그러나 막상 정상이 결코 파라다이스가 아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허탈해 한다. 오히려 파라다이스가 거기 있는 줄 알고 오를 때는 희망이라도 있었겠지만 정상의 실체를 보고는 실망한다.
사람들은 정상을 향해 경주를 한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전심전력한다. 생에 있어서 정상은 어디쯤일까.
어떤 이는 20대에 생의 정상에 도달하기도 한다. 예술가 중에는 이런 이가 많다. 김소월 같은 경우도 20대 중반에 이르기 전에 이미 시업의 절정에 도달했다. 김소월은 천재에 속한다. 10대 후반에 시단에 나와 20대 초반에 <진달래꽃> 같은 대표작을 창작하고 20대 초반에 시집을 내었다.
김소월은 이미 20대 초반에 절정에 도달한 것이다. 절정을 도달한 그에게는 시도 더 이상 의미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후 사업 실패 등으로 빈곤을 겪으며 30대 초반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지천명의 허리께에 천천히 내려놓으며 걸어가는 생의 지혜는 그 무엇보다 빛나는 깨달음을 보인다. 천명을 아는 자의 달관이라 할까. 정상에 도달해도 그곳에 파라다이스가 없다는 것을 미리 알고 정상에 연연해하지 말고 저렇게 평안하게 걸어가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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