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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유감
하연우
한 폭의 점묘화,
이것은
죽어가는 모든 생명들이 품은
순간의 빛!
4월은 잔인한 달
이 디카시를 읽으면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유명한 시구가 떠오른다. 엘리어트의 <황무지(The Waste Land)>라는 시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1922년에 발표된 장시다.
엘리어트가 노래한 ‘황무지’는 바로 현대 서구문명과 인간사회를 비판한 것임을 말한다. 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는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황폐화된 사회현상과 함께 사람의 마음도 황폐화되었는데, 4월이 새로운 생명을 움트게 하고 꽃을 피우는 역설 때문이다.
이는 마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노래했던 이상화 시인의 시구를 떠오르게 한다.
나라가 빼앗긴 땅에도 봄이 오는 것을 보며 이상화가 느꼈던 심경이나 세계대전 이후 황폐화한 유럽문명을 보는 엘리어트의 심경이 똑 같은 거였을 게다.
위의 디카시가 엘리어트나 이상화와는 다른 심경이지마는 또 다른 관점에서 4월은 유감의 계절이라고 본다. 4월이 생명을 키워내는 계절이면서 생명의 유한성을 처연하게 드러내는 점에서 또 역설을 보여준다.
땅에 흐드러지게 흩뿌려져 있는 꽃잎들, 이것만큼 생명의 유한성, 순간성을 생생하게 증언한 게 또 있을까 싶다.
4월은 땅에 생명의 기운을 돋구어주지만, 그것이 유한성이라는 한계를 지니는 것임을 두드러지게 드러내 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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