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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성신문사 | 낡은 차 한 대가 도착하자 회원들이 모여든다. 트렁크에서 나온 것은 하얀 봉투 안에 몇 개씩 든 우유다. 우유 박스를 내리는 뒷모습이 청년인가 싶었는데 모자 아래로 나온 머리카락이 우유만큼 하얗다. 경남동심초회 배등삼 회장은 매월 800개의 우유를 고향 고성의 경로당에 나누고 있다.“창원 중앙동 우리 동심초회 사무실에서 고성까지 한 시간쯤 걸리더라고요. 가끔은 힘에 부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우유 한 팩이 고향분들에게는 반가움이고 건강이라고 생각하면 운전대 잡는 게 신이 나요.”1938년생이니 배등삼(얼굴 사진) 회장의 나이도 벌써 팔순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한 시간 거리를 직접 운전하고, 우유 상자를 번쩍번쩍 나른다. 운전대 잡을 힘이 있어야 하고 우유를 나를 힘이 있어야 하니 팔순의 나이에도 그는 하루도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매월 우유 800개. 물론 돈으로 따져보면 큰 금액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은 팩 하나에 담긴 사랑의 마음을 곱씹어보자면, 어찌 따질 수 있을까.“몸은 고향을 떠나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고향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하는 고민을 젊은 시절부터 계속 해왔어요. 우유 칼슘을 먹으면 뼈가 건강해진다잖아요. 고성이 농촌이라 독거노인이 많을 것이고, 그들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서 우유 한 팩을 나눠보자 싶었지요.”어린 시절부터 나누고 사는 것에 익숙했다. 아버지 덕분일 것이다.아버지는 독립투사였다. 고성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고, 만주에서 독립군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매년 3·1절이면 군민들 앞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고성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배만두 선생이 그의 아버지다.“부자로 사는 것도 좋고, 이름을 떨치며 사는 것도 좋지요. 하지만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나누고 사는 것이 저는 제일 좋습니다. 마음을 나누면 나눈 만큼 풍요로워져요. 그 덕분인지 제 곁에 사람만은 끊이질 않습니다. 늘 함께 봉사하는 우리 동심초회 회원들도 제겐 참 소중한 인연이에요.”2011년 4월, 경남동심초회는 비영리민간단체로 경남도에 등록했다. 나누고 봉사하는 마음은 다 같다는 뜻을 담아 이름도 동심초회로 지었다. 고성에도 동심초회원들이 10여 명 정도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업가들, 지역인물들이다. 회원들은 그의 낡은 차에서 내리는 우유를 고성군내 경로당 곳곳에 배달하고,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는다. 가끔은 배등삼 회장도 경로당에 찾아가본다.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노라면 힘들기는커녕 외려 더 행복해져서 돌아온다.창원에서부터 이동거리도 문제고 아직까지 동심초회의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아 고성에서는 우유 봉사만 하지만 창원에서는 달걀도 나누고, 도시락도 나눈다. 그게 벌써 15년이 넘었다.“고향 고성에서도 더 많이 나누고 싶어요.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회원들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더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신다면 고성에 더 화사한 동심초 꽃이 피지 않을까 싶습니다.”더 많은 나눔을 바란다며 씩 웃고는 그예 또 우유를 나르고 몇 팩씩 포장한다. 쉬지 않는 그를 둘러싼 회원들의 모습이 마치 부녀간처럼 정답다. 나눔은 그런 것이다. 나눌수록 커지고 행복해지는 감사한 마음. 그게 동심초회가 봉사하는 이유다.* 경남동심초회에 동참하거나 도움을 주실 분들은 고성신문(055-674-8377)이나 경남동심초회(055-274-0600)로 연락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