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의 형벌
이진만 철성중학교 수석교사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17년 0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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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성신문사 | 그리스 신화에 시지프스의 형벌이라는 것이 있다. 신들을 우습게 여기고 꼼수와 잔머리를 굴리다가 오히려 신들의 미움을 받아 끝없이 바위를 굴리는 형벌을 얻게 된 인간의 이야기이다. 신화의 많은 이야기 중에 갑작스럽게 시지프스를 떠올린 것은 작금의 정치판에서 시지프스의 후예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이후 처음 치러진 재보궐 선거 결과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박 전 대통령의 실각 이후였기에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보여준 결과는 탄핵 전이나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국정농단의 공동 책임자이며 ‘친박’ 핵심 인사인 김재원 자유한국당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초의회 의원 선거 역시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쓸어가 버렸다. 한 마디로 말하면 TK 지역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만 아직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선택한 결과가 어떤 불행을 가져올지 모르는 듯하다. 안타까운 일이다.그런데 따지고 보면 남의 지역 일에 손가락질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우리 지역에도 바위를 굴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미 이전에 선거로 뽑은 군수를 잃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당시 범죄 사실은 ‘허위사실 기재’로 투표장에 내용을 공지하며 선거를 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주민이 그를 선택했다. 그러나 법은 엄정한 것이어서 사소한 실수임에도 불구하고 전임 군수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피해자는 군수 당신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를 선택한 주민들이었다. 11억 원에 해당하는 공식적인 군비 지출과 함께 재선거로 인한 갈등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누구를 탓하랴? 후보가 법을 어긴 사실을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알고도 그런 선택을 한 주민들 스스로 반성할 일이었다. 그런데 이후 치러진 재선거에서도 유사한 일이 다시 일어났다. 당시 최평호 후보가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그를 선택했고 일 년 반만에 다시 군수를 잃는 일이 일어났다. 힘들게 끌어올린 바위가 한순간에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한숨만 나오는 순간이다.우리가 우려했던 일이 결국 다시 일어나고야 말았다. 대법원은 1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평호 군수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는 현행선거법에 의해 군수직을 잃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고성의 제6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임기 동안 모두 군정보다는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거기에 이번에는 임기가 끝나간다는 이유로 재선거도 없다. 혹자는 재선거를 치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무한정 좋아할 일도 아니다. 사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재선거를 않게 하려는 정치적인 꼼수이다. 며칠만 빨리 결정해도 큰돈 들이지 않고 이번 대통령 선거와 함께 재선거를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 시간을 끌어 재선거를 없앤 것이다. 물론 선거를 치를 경우 재선거로 인한 물적이나 금전적 손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갈등도 있었겠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인 군수가 없으면 잃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군수가 대행을 한다고 하지만 군수보다 나을 수는 없다. 우선 관료직 공무원의 신분으로서 책임질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지역민을 위한 정치적인 재량권을 행사하거나 주민들을 위한 진취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일찍 판결을 내려 재선거를 치르는 것이 고성으로 봐서 나은 일이었다. 아니고 이왕 꼼수를 부릴 바에는 재판을 좀 더 연기하여 최평호 군수의 임기가 끝날 쯤에 판결을 내려야 했다. 임기 말의 판결이 가장 좋은 대안이었고, 빠른 판결로 재선거를 치르는 것이 차선책이었지만, 어중간한 시기에 내린 판결로 모든 것을 다 잃은 최악의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이제 어쩌랴? 우리가 만든 업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우리 스스로 만든 형벌을 걷어내어야 한다. 우선은 우리 모두가 갈등을 피하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일 년이 넘는 기간을 어른 없이 살림을 살아야 하는 불확실한 시기가 될 것이다. 비록 군수는 없지만 그래도 행정을 책임질 공무원들이 있고, 황보길 의장을 비롯하여 우리가 선택한 선량들이 있다. 그들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어려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사태를 가져오게 한 것에 대해 주민 스스로 뼈저린 반성과 함께 다음 선거에서는 바위를 구르는 일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아예 걷어치우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게는 무익한 노동이 되풀이되는 영겁의 시간만 남을 것이다. |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17년 0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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