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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해가 짧았던 시절, 푸른 학교 가꾸기를 아시나요

1976년 삼산초 학교 환경 조성 현장
대야로 흙 날라 가꾼 추억 속의 학교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7년 04월 11일
ⓒ (주)고성신문사
ⓒ (주)고성신문사
옛날 옛적 사진을 휘휘 넘기며 구경하다 보니 아지매도 아닌데, 고만고만하게 작달막한 단발머리 소녀들의 머리 위에 대야가 얹혀있다. 앞의 몇몇만 눈에 띄더니 저 뒤, 언덕을 따라 줄지어 뭔가에 열중한 아이들도 슬슬 눈에 들어온다.
40년을 거슬러 삼산초등학교의 1976년 4월, 푸른 학교 가꾸기 현장이다.
나른한 봄볕이 볼을 간지럽히고, 솔솔 부는 산들바람에 머리카락이 살랑거리는 계절이면 학교도 때때옷을 갈아입었다. 그럴 때면 온 동네가 분주해졌다. 어떤 아이들은 흙을 퍼다 나르고, 어떤 아이들은 물을 길어다 부었고, 또 어떤 아이들은 꽃을 심고 흙을 밟아 땅을 다졌다.
힘이 좀 있는 남자아이들은 큰 돌부리를 치우기도 했고, 나무 심을 자리를 선생님이 정해주면 삽질을 야무지게 하기도 했다.
늘상 농사일을 돕던 가락이 있어 그런지, 그런 일은 고되지도 않았다. 옷에 손에 흙범벅이 돼도 그저 친구들과 줄지어 흙을 나르고 땅을 고르며 눈만 마주치면 흙알갱이 숫자만큼 웃음이 와르르 쏟아지곤 했다.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대장 노릇한다고, 선생님이 없을 때면 꼭 진두지휘하며 이래라 저래라 하는 얄미운 아이도 있었고, 입에 단내 날 것처럼 꾹 다물고 일만 하는 새나라의 일꾼도 있었으며, 정화고 뭐고 장난치기 바쁜 인사도 꼭 하나씩 껴있기 마련이었다. 손발이 맞지 않으면 어떤가. 하루가 이렇게 즐거운데.
쥐방울만했던 아이들이 그 큰 학교의 정화에 얼마나 도움이 됐겠냐만 9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 정화활동에 아이들이 참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아이들을 학교를 단장한다며 봄볕에 쪼그리고 앉아 정화활동을 하게 하면 난리법석일 것이다. 귀한 내 새끼 일 시키는 학교가 미운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40년 전 삼산초등학교 푸른 학교 가꾸기처럼, 내가 다니는 학교를 내 손으로 가꾸고 다듬었다는 것이 학교에 더 정을 붙이게 만들었을 텐데 말이다.
봄꽃소식과 함께 동창회 소식들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사진 속의 소녀들은 어쩌면 동창회가 열리는 교정에 앉아서 76년의 봄, 대야를 이고 지고 가꾼 모교의 봄을 흐뭇하게 돌아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7년 0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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