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주)고성신문사 |
| 유비무환
나석중 시인
실탄도 장전되었고
방아쇠를 당기면 연발로 발사되겠다
자연은 생의 경전
자연에서 생을 읽어내는 것은 동서고금 을 막론하고 동일하다. 가끔 머릿속이 우주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수많은 상념들이 의지와 상관없이 피었다가 진다. 마치 별이 떴다가 지는 것처럼 말이다.
작은 머리 안에 우주의 무수한 별만큼 많은 상념들이 매일 떠오르는 것을 도무지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느낄 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도심의 하늘에 별이 보일 턱이 없지만 가끔 별을 찾아서라도 보아야 한다.
별은 누구의 상념일까. 아니, 신의 그것일까. 봄, 여름, 가을, 겨울하고 죽 나열해 보면 생로병사를 환기하기도 한다.
청춘이 봄이라면 조락의 가을은 사뭇 쓸쓸하다. 가을은 겨울을 전제로 한다.
겨울은 생의 종착역 같아도 조금 지나면 어김없이 또 봄이 온다. 생도 자연의 순환과 같다면 죽음도 끝일 수는 없다. 종교적 사유가 발동한다. 내세라는 것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생이 지상에서의 일회성만이라면 소크라테스가 죽음의 독배를 순순히 마셨을까? 오랜만에 텃밭에 나가 보았다.
2월의 텃밭의 매화는 벌써 터질 듯 꽃봉오리를 맺고 있다. 겨울은 봄을 벌써 잉태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부한 말 같지만 절망도 따지고 보면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생은 더 견뎌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