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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결 따라
김인애 시인
당신의 앞
길이 되거나
벽이 되거나
어느 날 문득
그렇다. 앞에 놓은 게 길이 되거나 장벽이 되거나 하 것은 마음에 달렸지 대상에 달린 것이 아니다.
참 아름다운 포착이다. 이런 진술은 일종의 상식에 속하는 격언이지만 왠지 감동적이다. 격언은 관념화, 추상화되어 문학적 감동은 없다.
이 디카시는 그 굳어진 관념을 숨 쉬게 하고 피가 돌고 온기를 느끼게 한다. 이게 시고 문학이다.
묘한 조화가 아닌가. 어떻게 보면 뻔한 진술이 한 컷의 영상과 하나의 텍스트가 되면서 이렇게 생생하게 다가온다. 디카시는 이런 것이다. 경천동지할 무엇이 아니라도 영상과 문자의 빛나는 조합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게 하는 것이 디카시의 매혹이다.
며칠 전 개울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물새를 보며, 깊은 슬픔을 느꼈다. 그건 이유가 있었다. 설 명절 즈음 오랜만에 부모님과 여동생이 잠들어 있는 산소를 다녀오며 그 슬픔이 가슴에 남아 있던 차에 물새를 봤기 때문에 그랬다.
즉시 그 물새를 찍고 <깊은 슬픔>이라는 디카시 한 편을 얻었다. 시인은 사물과 교감하는 자이다. 이런 교감 속에 시적 형상을 포착하게 된다. 디카시는 일반 문자시보다 더욱 선명하게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어느 순간 문득 시가 찾아온다.
그 극순간 깊은 감동으로 오는 시를 받아들이면 된다. 그래서 디카시는 99% 영감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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