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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에서 연락할 방법이라곤 편지가 전부였던 시절, 경상도 출신 까까머리 군인은 강원도 홍천에 사는 아가씨에게 매일 밤 달빛 아래서 연서를 썼다. 그리고 40년 훌쩍 지나 군인이었던 사내는 시인이 됐고, 홍천 살던 강원도 아가씨는 그의 아내로 살고 있다.
지난 8일 김수부 시인의 ‘전자계산기의 봄날’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한국예총, 고성문협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출판기념회에서 김수부 시인은 “평소 품은 생각과 마음을 엮는다면 벌써 몇 권의 책을 출간했을지도 모르지만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글을 쓰기 시작한 지 25년 만에 첫 시집을 펴내게 됐다”며 “그동안 응원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지만 특히 제 문학의 밑거름이 돼준 아내에게 가장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출신인 김수부 시인은 세 아이가 두 살 터울로 태어나면서 막노동과 노점상, 악기공장 목공반에 리어카 행상까지 해가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그러다 1989년 소가야문화제 백일장에서 장원을 수상하며 시인 이상은과 인연을 맺은 후 91년 월간 시문학의 우수작품상으로 등단, 본격적인 문학인생을 시작했다.
김수부 시인은 “그때는 삶이 고달프고 힘들었지만 그 시절의 고생이 지금의 발판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들들의 이름에 아비 부(父)를 더해 수부로 이름지었는데, 그 이름 석 자가 박힌 시집을 받아들고 보니 감개무량하다”며 감격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는 참석한 회원들이 김수부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시인에게 쓴 편지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고성문협 백순금 회원이 기타연주로 흥을 돋우는 등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진 자리가 마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