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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성신문사 |
| 어머니의 젖무덤 같은 송학동고분군 위로 민들레홀씨들이 내린다. 바람이 실어다주는 흙에 사라진 홀씨들은 기나긴 겨우살이를 마치면 이내 노랗고 하얀 꽃을 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그래서 민들레는 민초다.
정암 김춘기, 청계 김성규, 홍점 김민지, 보운 전갑렬, 용운 황석수. 5인시조동우회는 긴 시간 잉태와 산고를 지나 제각기의 민들레를 피워냈다. 고성의 다섯 문인이 그간 차곡차곡 쌓아온 150편의 시조들은 ‘민들레’라는 제목으로 생명력을 얻었다.
흔히 시는 쉽게 읽히지만 시조는 어려운 글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5인시조동우회의 작품들을 주워섬기다 보면 참으로 쉬이 읽힌다. 어려운 말도, 복잡한 미사여구도 없다. 시인의 감성과 추억, 회상과 회한들이 가득하니, 웃음과 눈물이 함께 한다.
민들레에는 떠올리면 늘 마음이 짜르르 아려오는 어머니도 있고, 연꽃과 국회, 낙엽과 소나기, 산과 들의 대자연도 있고, 생각하면 은은한 향내와 나무의 싱그러움, 청아한 목탁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옥천사와 운흥사도 있고, 새벽 미명도 전에 독자들을 찾아가는 고성신문도 있다.
문학은 시대정신을 담아야 한다. 이 시대정신이라는 것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보편적인 일상,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그래서 늘 어떤 결핍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삶에 대한 기준을 잃지 않는 것. 흔들리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시대정신이다.
다섯 명의 시인들은 시조의 틀 속에서도 어렵지 않은 문체로, 마치 옛이야기를 풀어놓듯 찬찬한 어조로 제각기의 시대정신을 드러낸다.
흔히 시조는 정형화돼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찌 보면 정형화된 시조는 그래서 더욱 그 감정의 절제와 폭발이 한 번에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5인의 시조시인들은 시조만이 가진 이 틀을 깨려는 새로운 움직임을 한편으로는 높이 사지만, 또 한 편으로는 씁쓸했다. 지켜야 할 보물을 부숴 없애려는 듯한 기분에, 이들은 중지를 모았다. 시조사화지 민들레는 5인의 작품집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지켜내야 할 문화유산을 모아둔 셈이기도 하다.
젊음도 노쇠도, 사랑도, 그리움도 그리고 가족도 모두 5인의 문인들 손끝에서는 허심탄회한 한탄도 됐다가 찬란한 희망도 됐다가, 삶의 이유도 된다. 사람이 태어나 처음 만나는 어머니라는 존재부터 죽음 이후의 집인 무덤까지, 삶의 모든 여정이 민들레에 담겨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