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지역관광발전의 힘은 지역민 ② 슬로푸드 발상지는 시골마을 이태리 토리노 브라 ③ 골목길이 만든 명품관광지 스위스 루가노 ④ 태양에너지 독일 프라이부르크 그린시티 보봉마을에서 배운다 ⑤ 한국관광 현주소와 다시 찾는 고성 글로컬브랜드 만들어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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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는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 속한 인구 22만 명 도시다. 프라이부르크가 전세계 이목을 끈 까닭은 1970년 시작한 ‘그린시티’ 브랜드 덕이다. ‘그린시티’는 주민들이 만들어낸 프라이부르크의 슬로건이다. 도시 곳곳에 ‘We love Freiburg!(우리는 프라이부르크를 사랑해)’란 플래카드가 눈길을 끈다.
1970년 프라이부르크에 원래는 원자력발전소를 설립하려 했으나 시민들이 위험하다고 반대했다. 결국 시민들 의견을 관철시켜 원자력발전소를 설립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그 후 프라이부르크는 태양에너지를 가장 잘 활용하는 환경 도시로 부상했다.
프라이부르크가 46년간 ‘그린시티’ 명맥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주민들 힘과 행정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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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 전공 대학생 아이디어로 시작된 ‘태양의 도시’ 보봉지구
1970년 초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프라이부르크 시에서 30㎞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밝혔다. 중공업 육성 예정지였던 시내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인근 포도 재배 농가들은 포도나무가 살기 힘들다며 반대했다. 원전 반대 운동은 포도농가뿐 아니라 프라이부르크 지역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던 대학생 랄프 디쉬(Rolf Disch)가 앞장서면서 확산됐다.
랄프 디쉬는 “우리가 새로운 에너지 아이디어를 찾아내겠다”며 원전 에너지 대안 정책으로 태양에너지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한 대학생이 제안했던 태양에너지 아이디어가 행정에 반영되면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보봉지구에 있는 태양열에너지 집적 호텔. 태양열 에너지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담쟁이덩쿨이 건물에 길게 늘어져 있다. 건축가 랄프 디쉬가 설계했다. ‘보봉’은 ‘리젤필트 단지’와 함께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정책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주요동네다.
트램을 타고 내리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넝쿨 가득한 ‘그린시티호텔’. 이 넝쿨이 여름에는 열을 낮춰주고 겨울에는 열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또 하나는 ‘태양’과 ‘나무’다. 보봉지구 곳곳엔 울창한 나무가 가득하다.
단지 내부엔 자동차 대신 나무와 꽃이 있고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태양열 주차장(Solar Garage)에 쉬고 있다. 보봉은 프라이부르크시가 주택단지 개발을 위해 독일 정부로부터 2천만 유로에 토지를 매입하면서 개발이 시작된 교외 신도시로 현재 5천5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보봉마을 내 주택들은 태양광설비가 돼 있어 매달 300유로(38만 원) 가량의 전기에너지를 생산해 이중 50유로(6만 원)상당은 가정에서 사용하고 나머지 250유로(32만 원) 상당의 에너지는 판매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 외 가축분뇨와 곡물, 음식쓰레기를 활용한 바이오에너지도 생성해낸다. 보봉지구에 들어서면 호텔 건물이 눈에 띈다. 호텔 건물은 기다란 담쟁이가 뒤덮고 있다. 담쟁이는 낮에는 태양볕을 차단해주고 밤에는 보온 효과를 주는 역할을 하는, 랄프 디쉬가 설계한 솔라십(solar ship) 건물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인 태양에너지 주택을 따라 산 중턱 쪽까지 올라가면 보봉지구 상징물인 헬리오트롭(helio+trop)이 보인다. 헬리오트롭 역시 1994년 랄프 디쉬가 태양 방향에 따라 움직이며 에너지 집적을 잘하도록 설계한 원통형 주택이다. 지붕에 설치된 두 개 축의 에너지 시설에서 건축물에 쓰이는 에너지 소비량의 5배 이상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건축비는 60만 유로(약 10억 원) 들었고, 연간 7천만 원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현재 헬리오트롭 건물엔 랄프 디쉬와 가족이 살고 있다. 랄프 디쉬는 46년간 태양에너지 건축 설계를 해왔으며, 그의 ‘그린’ 철학이 프라이부르크를 지금의 글로컬 도시로 창조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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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 사람과 대중교통 증대는 환경도시의 필수 조건
프라이부르크 도심엔 절대 자동차가 들어올 수 없다. 현재 프라이부르크 시장이 이 정책을 강력하게 지키고 있다. 트램도 100% 신재생에너지로 운영하고 있다. 전기자동차로 카 셰어링을 하고 있으며, 도심에 420㎞ 길이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갖춰져 있다.
2013년 조사한 교통 이용 비율은 대중교통(트램, 버스) 18%, 자전거 27%, 자동차 32%, 걷기 23%였다. 2015년에 트램, 버스, 자전거를 합친 대중교통 비율이 3% 포인트 늘어나 48%로 증가했다.
프라이부르크 시는 앞으로 도심에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점점 더 자동차를 줄일 수밖에 없으며, 매연을 줄이고자 전기자동차로 대체할 방침이다.
프라이부르크 시의 산하기관인 FWTM(Management and Marketing for the City of Freiburg)이 환경도시라는 글로컬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이고자 그린시티의 경제·홍보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FWTM 베른트 달만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100% 활용 시스템을 만들려고 △풍력에너지 증대 △솔라패널 설치 △대중교통(트램, 버스) 길 많이 만들기 △자전거길, 시 외곽으로 빨리 다닐 수 있도록 조성 △기존 건축 주택, 태양에너지 시설로 리모델링 등 5가지 주요 정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린시티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많은 아이디어를 모으면 가능”
베른트 달만 FWT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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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WTM은 어떤 성격의 회사인가.
“FWTM은 프라이부르크 시와 협력 관계다. 전혀 정치가 개입되지 않는 곳이고 주민들과 함께 ‘그린시티’ 가치를 추구해서 일하는 곳이다. 직원은 140명 정도다.”
# 프라이부르크 대중교통 비율이 매년 늘고 있는데 비결은 뭔가.
“주차를 잘못하면 벌금을 많이 매기고, 견인하는 두 가지 방법을 쓴다. 지역 주민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관련 에너지업체도 준수하기로 수락했다. 결국 주민들이 원한 게 깨끗한 도시, 차 없는 도시인 그린시티이기 때문에 실천 가능했다.”
# 보봉과 리젤벨트 같은 친환경 주거단지는 주민과 행정기관이 수년간 논의와 진통 끝에 조성됐다고 하던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친환경 주거단지라는 콘셉트가 먼저 나오고 주민들이 나중에 들어가서 살게 돼서 큰 반대는 없었고 지금 매우 만족해 한다. 현재는 그린시티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서 문제다.”
# ‘그린시티’가 도시 브랜드 제고와 관광객 유치에 어떤 도움이 되나.
“그린시티 유지에 많은 도움이 된다. 단체 관광객 방문이 월 150건에 달한다. 프라이부르크 그린시티 콘셉트를 세계 각국에서 많이 뺏아가 주길 바란다. 최근 한국 수원시를 방문해서 자매결연을 했다. 그린시티 연합도시가 전 세계적으로 10개 지역인데, 한국의 환경에 대한 열정이 이렇게 지역신문 기자들 취재로 이어진 것 같다.”
# 프라이부르크가 환경 도시로 성장하는 데 시민들 힘이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시민들이 원하는 도시니까 자발적으로 참여해왔고 지금도 그렇다. 시민들 머릿속에 ‘그린’ 아이디어가 있고, 자전거도 스스로 산다. 시에서 할 일은 주민들이 편리하도록 자전거 주차장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 세계의 다른 환경도시와 차별화된 프라이부르크만의 특징은.
“지역다움이다. 50년 동안 꾸준히 방심하지 않고 ‘그린시티’ 슬로건을 이어가는 것. 그린시티 관련 일을 하는 공무원과 담당 기관, 협회가 기본 방침을 바꾸지 않고 주민들 의지에 맞게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프라이부르크가 다른 나라 도시들과 차이 나는 점이다.”
# 환경 도시를 추진하는 한국 도시들에 조언 한마디 해달라.
“모든 나라와 도시가 프라이부르크와 똑같이 할 수는 없다. 각 나라마다 ‘그린(녹색)’에 대한 생각이 있고, 각 도시의 도로 문화도 다르다. ‘그린시티’에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많은 아이디어를 내서 그린시티로 향해 가면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ㅎ효효훃훃
09/10 09:40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