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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옥 고성신문 논설위원
고성군 ‘우리음식연구회’는 지역농산물을 이용한 먹거리 개발 및 연구, 올바른 식문화 정착 등에 목적을 두고 있는 단체로서 , 회원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다. 고성군 우리음식연구회는 지난 고성 농업인의 날 농산물한마당축제에서 추억의 음식들을 재현 전시하기도 했다. 이 때 달콤한 속을 넣고 도톰하게 빚은 쑥 개떡, 빼때기 죽과 빼때기 찐빵, 유월강낭콩을 넣은 찐빵 등을 선보였다.
꽁보리밥을 꾹꾹 눌러 담고 그 위에 먹음직한 계란 프라이를 얹어, 옛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려주는 7080 노란 도시락(일명 벤또)을 만들기도 했다. 이 도시락의 반찬으로는 이 시대 고급 반찬인 볶은 김치, 소시지 부침, 계란지단, 콩자반, 단무지를 맛있게 담아냈다. 그 외에도 우엉 넣은 김밥이며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캐릭터 도시락까지 꾸몄는데, 이 시대별 도시락은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어린이에게는 동심을 선물했다.
아울러 전시한 전 구절판은 여러 가지 재료로 전을 부쳐 담았고, 마른구절판도 다양한 육포와 꼬지 등으로 만들어 선보였다. 이렇듯 다양한 식문화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고성군 우리음식연구회에서는 지난 11월 22일부터 이틀간 강원도 일대로 현장체험교육을 갔다.
음식전시회와 가을걷이를 잘 갈무리한 시점이라 농가 맛집 체험을 여유롭게 나설 수 있었다. 강원도 양양으로 들어서니 길이 꾸불꾸불하다. 먼 길 달려온 우리의 피곤함을 잠시 내려놓게 한 달래촌마을 입간판에는 ‘몸 달래 마음달래’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시름을 달래다”라는 의미의 양양군 달래촌마을은 해발100m가 넘는 만월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마을 전체의 9할이 숲 속에 싸여있다. 식당 뒤에는 ‘몸과 맘 치유센터’까지 두고 있었다. 착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가식당 달래촌은 양양군의 지역 활성화사업일환으로 국비를 지원받아 지었단다. 전국 농촌의 롤 모델로 6차산업화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곳이다.
치유음식 개발과 판매로 시작한 영농조합법인 달래촌은 지금은 ‘약산채밥상’으로 전국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로 하여 지난여름에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들이 추천하는 휴가지 20선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흔한 산골마을 중 하나였던 달래마을은 농경지가 부족하여 농업생산물중심이 아니라 거대한 숲과 좋은 공기와 물 등의 자연자원을 활용하여 힐링 마을로 만든 곳이다. 대부분의 농촌은 정부 지원 사업이 거의 유사한데 반해, 차별화된 전략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 곳이다. 휴식, 건강, 행복, 자연환경 등의 조건으로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이 재방문을 한단다. 지역민들은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이나 산채들을 굳이 멀리 나가서 팔지 않아도 이 식당에서 모두 소비가 된단다.
이른 아침부터 달려와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터라 허기졌다. 마을 근처에서 얻은 산나물 반찬들로 차려진 맛깔 난 약산채정식 상차림이 차려져 있었다. 바짝 다가앉아 메밀차로 목을 축이고 丹(단)이라 적혀있는 젓가락으로 반찬 하나하나를 맛보기 시작했다.
달래촌 음식의 특징은 오신채를 쓰지 않는다. 산 뽕잎과 솔잎가루를 뿌린 약 산채 뚝배기 밥에, 걸쭉한 청국장 넣어 쓱쓱 비며먹는데, 지금이 제철이라는 세발나물 위에 솔잎 효소를 뿌려 상큼한 샐러드를 김치메밀전병에 얹어 싸먹으니 쫄깃하고 맛났다. 난생처음 먹어본 망초와 질경이, 산 더덕나물은 특별했고. 3년 된 무장아찌는 삼삼하며 달짝지근했다. 이렇게 몸과 마음건강을 지키는 곳을 뒤로하고 강릉으로 향했다.
흰눈이 펄펄 흩날린다. 여성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첫 눈은 곱게 물든 옻나무와 산마루 잎사귀위에 하얀 눈꽃을 피웠다. 잠시 오죽헌에 들렀다. 오죽헌을 지켜주는 수령 600여 년이나 된 수호목인 사임당 배롱나무도 만져보고, 율곡의 영정을 모신 사당 문성사에도 들렸다. 현판은 고 박정희 대통령이 썼다. 이곳 전시관에서 평소 예사로 보아 넘긴 현재 통용되는 오천 원 권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이이 초상, 오죽헌, 오죽, 사임당이 그린 초충도가 디자인 돼 있다’ 하여 찬찬히 들여다봤다.
겨울의 낮은 무척 짧다. 강릉 못밥으로 유명한 농촌진흥청 지정 농가 맛 집 ‘서지초가뜰’로 이동하는데 벌써 어둑하다. 이곳은 배우 배용준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라는 책에 소개되어 유명세를 탄 곳인 만큼, 일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단다. 1박2일 프로그램에서도 방영된 서지 초가 뜰!
문지방을 넘어서니 실내는 옛 느낌이 물씬 나게 전통양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 중에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를 벽면 빙 돌아가며 써 붙여 둔 것이 눈에 띄었다. 농가에서 1년 동안 해야 할 농사에 관한 실천사항과 철마다 다가오는 풍속과 지켜야 할 범절을 각 달에 따라 읊은 월령체로 달거리 가사다. 표현된 내용은 한 폭의 농촌생활을 눈앞에 그려서 보이는 듯 서정적이고 흥취를 느끼게 한다.
허리 펼 새도 없이 바쁜 모내기 철, 모를 심는 ‘질꾼’들이 일하다 먹는 밥을 강원도에서는 ‘질 상 또는 못밥’이라고 한다. 그러나 질 상은 나물 위주인 못밥과 달리 육고기가 들어간다. 한상 거하게 차려진 질 상에 떡이 놓여 있는 것이 생뚱맞고 낯설다. 떡 이름은 뭉생이떡 혹은 씨종지 떡이라고 한다. 이 떡을 보니 문득 고성에서 많이 나는 취나물로 떡을 만들어 한식에 곁들어봄이 어떨까도 싶다. 보양식인 연계길경탕에는 감자옹심이와 질경이, 건 도라지와 한약재로 만들었다는데 먹기 좋다.
못밥은 모내기하던 중에 논두렁에서 먹던 들밥이다. 못밥은 일반 가정집에서 먹는 지극히 평범한 반찬들로 차려진 일반 백반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찾아다니면서 먹는 웰빙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너무 평범해서 사라질법한 못밥이 강릉 창녕 조씨 집안 종부의 관심과 손맛으로 거듭나서 그 전통의 맥을 잇고 있으니 참 다행스럽다.
종부는 ‘개발된 식품은 없으며 옛날 어른이 하던 그대로’라고 했다. 못밥 외에도 사위 첫 생일상, 손님상, 서지큰상, 새 사돈 만나는 날 상 등이 있다. 그리고 주인이 특별히 내놓은 웃기떡은 장식용 색 떡으로 화려했다. 숫자와 색의 배치를 통해 음양오행, 우주의 원리와 조화를 담고 있다. 후식으로 나온 식혜를 끝으로 질 상을 물렸다.
숙박 장소는 명품고택 강릉선교장이다. 영화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와 드라마 ‘궁’, ‘황진이’를 촬영한 이 곳은 300여 년 동안 그 원형이 잘 보전된 한국 최고의 전통가옥이다. 정갈한 온돌방의 벽면은 산수화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TV까지 없으니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시간이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특별한 농가 맛집 체험은 향토음식문화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함을 실감하게 했다.우리 지역 고성에서도 옛 전통음식들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음식들을 개발하여 특성 있는 벤치마킹으로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우리음식연구가 활발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