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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고성포토클럽 회원들이 1년 동안 다문화가정의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전시회를 열었다. 고성박물관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석한 내빈들과 다문화가족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 (주)고성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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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포토클럽 관계자들이 다문화가족의 아름다운 순간을 담은 액자를 증정하고 있다. |
ⓒ (주)고성신문사 |
| 학생 친선 교류를 위해 일본에 갔다가 한 여성을 만났다. 어쩌다 일본 남자와 결혼하여 일본에서 사는 사람으로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서로 마음이 맞아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어느 날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주는 봉사대상을 받았다며 전화가 왔다. 고성으로 보면 군민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외국 출신에게는 처음으로 수여되는 상이라고 했다. 한국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타국에서 주민들이 주는 최고의 상을 받았다니 국가적으로도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낯선 이국 땅에서 어떻게 일가를 이룰 수 있었느냐는 물음에 그 친구가 했던 말이 지금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이웃나라라고 하지만 그래도 외국이었다. 거기에 다문화가정이라는 딱지를 달고 살면서 받는 서러움은 말로 다 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그럴 때면 일본인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목욕탕에 들어가 물을 틀어 놓고 엉엉 울었다고 했다.
말만 들어도 그가 이국땅에서 받은 설움과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이 이제 원주민보다 더 지역을 위해 헌신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랬다. 그 친구는 꿈을 찾아 낯선 이국으로 떠났고 이제 그 꿈을 멋지게 이루어낸 것이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나라가 어렵던 이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이나 저팬 드림을 꿈꾸며 먼 나라로 떠났다. 그리고 간혹 꿈을 이룬 그들의 눈물겨운 사연을 방송이나 책으로 접하곤 한다.그러나 이제는 꿈을 찾아 떠나던 세대가 거꾸로 재연되고 있다. 대체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의 사람들이 피부 색깔이나 언어만 다른 한국인의 모습으로 우리나라를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일러 귀화 한국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귀화 혹은 이민은 주로 결혼을 통하여 가정을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년 통계에 따르면 귀화자는 35만 명 안팎으로 적지 않은 수이다. 다문화가정의 수도 27만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의 1.3%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찾아 이웃 나라로 떠났는데 이제 꿈을 찾는 외국의 젊은이들을 받아들이는 나라로 되었다니 고마운 일이다.
문제는 이처럼 다문화가정과 다문화 자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시선은 나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가끔 일부 이민자들의 일탈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탈의 배경에는 문화와 풍습이 다른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도 많다. 특히 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사회적인 차별이다.
설문에 의하면 귀화자 10명 중 4명은 차별을 경험했다고 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차별이 그들의 일탈에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다. 그리고 일탈은 어느 사회든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일어나는 것으로 마치 귀화자들 때문에 늘어났다고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그들의 일탈을 방지하지 못한 우리의 배려심 부족을 반성해야 할 일이다.
5천만 명의 인구 중에 35만 명이나 되는 귀화자가 우리들 속에 섞여 살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이 부족한 고성의 경우 아이를 낳고 키우는 많은 여성들이 결혼이민자들이다. 이들은 고성을 이루는 주요한 구성원이다. 인구 감소로 지방자치단체의 존망조차 위협받는 시기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이들의 고성 거주는 고맙고 반갑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이들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과 배려를 하고 있다. 고성군에서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이들 가족의 실태를 파악하여 물질적인 지원을 하고, 각종 문화 복지 행사에 참여시켜 이들 귀화민들의 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직도 문 밖으로 나서기를 꺼려한다. 일반 주민들과 함께 하기를 두려워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이국인에 대한 차별과 질시가 그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그들을 편안하게 사회로 이끌어내어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이제 고성의 주민이 된 그들과 좀 더 소통하며 지낼 수는 없을까?
과학의 발달로 인해 점차 세상은 좁아지고 있다. 이제 민족과 국가를 찾는 국수주의를 신봉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국가와 인종을 떠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새로운 삶을 찾아 우리나라에, 그리고 나라의 끝자락인 고성에 온 결혼이민자들. 그들이 필요한 것은 물질적인 지원보다 절실한 것은 이웃의 사랑과 배려이다. 그들은 우리의 일원이고, 그리고 함께 나아가야 할 동반자라는 것을 잊지 말자. 낯선 땅 고성으로 오직 사람 하나만 믿고 먼 나라에서 찾아온 사람들이다.
가족이 있다고 하지만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을 뿐더러 생활 습성도 다르다. 어려운 일이 생겨도 의논할 만한 곳도 없다. 이국땅에서 얼마나 낯설고 외로울까? 이들에게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보자.지역의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들과 소통하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이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임을 고려하여 주로 문화단체나 봉사단체에서 이들을 초청하여 함께 어울리는 마당을 펼치고 있다.
새교육공동체에서 가지는 ‘별자리체험교실’이나, ‘한자녀더갖기운동본부’에서 가지는 ‘달인 아빠 찾기’ 등의 프로그램에 이들 가정을 대거 참여시켜 일반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교류를 갖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보태어 추천할 만한 프로그램이 또 하나 있다. 고성포토클럽에서 2년째 실시하고 있는 ‘공감 동행, 그 행복한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이다. 꽃이나 풍경을 찍기 위해 풍광 좋은 곳을 찾던 포토클럽의 작가들은 다문화가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이들의 생활사를 사진으로 담아내었다. 작가들은 2년 동안 다문화가족들과 동행하며,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며, 그들과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그들을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일본으로 시집가서 목욕탕에서 목을 놓아 울었다는 친구처럼, 어린 나이에 말과 풍습이 다른 낯선 나라에 와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울고 싶을 때는 얼마나 많았을까? 그런 사람들에게 포토클럽의 작가들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전시회를 둘러보며 이들의 표정이 어느 꽃이나 풍경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어수선한 시국으로 우울한 날에 모처럼 가슴이 훈훈해지는 자리를 찾은 것 같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모아놓은 풍경은 11월 20일까지 고성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독자 여러분들, 이번 주말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전시회를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요?“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