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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언덕에서, 세상을 향한 고백

춘파 박진광 처녀시집 ‘고백’ 발간
고성중학교 졸업 늦깎이 시인의 담백한 시상 수록해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6년 11월 04일
ⓒ (주)고성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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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늦가을 추위가 불어닥친 터에 봄을 말하기는 조금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봄이 오는 언덕을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간질간질하면서 싹이 고개를 드는 기분이다. 설렘이다.
춘파(春坡) 박진광(얼굴 사진) 시인은 늦깎이 시인이다. 통영 도산면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멍에를 벗어나지 못하고 중학교만 겨우 졸업했다. 도산면에서 고성중학교까지 오가며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빈곤한 현실을 어찌할 수 없는 소년이었다. 
춘파는 고등학교를 포기한 채로 이른 아침, 지게를 지고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친구들은 멋들어진 고등학교 교모를 쓰고, 깃 빳빳한 교복을 입고 학교 가는 길이었는데, 이 초라한 빈농의 아들은 농사일을 가던 참이었다. 
그 순간의 기억 탓일까 아니면 여전한 농사꾼의 아들이라는 굴레에 갇혀있어서일까. 이듬해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이라는, 당시 장남의 전형적인 길을 택한다.
소년 박진광의 꿈은, 사실은 시인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다. 상경해서 선박회사와 무역회사에서 돈을 벌면서도 배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학사고시를 통해 그는 국어국문학과 문학사 학위를 따냈다. 
교모 쓰고 교복 입은 친구들이 부러웠던 소년은, 시인의 꿈을 가슴에 품고 살던 소년은 결국 학사가 됐고, 계간 문예춘추 문학상을 받으면서 시인의 꿈도 마침내 이뤄냈다.
“내 부끄러운 고백거리는 어린 시절 이미 웃자랐고 중년기엔 살이 올라 더욱 무성해지고 험해졌습니다. 지금은 조금 야위어졌으나 더욱 교묘해졌기에 더는 늦출 수 없어, 서툰 글로나마 서둘러 고백하려 합니다.”
그의 첫 고백은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짐짓 아는 체 하려하는 이들의 어려운 시어는, 춘파의 시집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일상의 언어 그대로가 그의 시가 된다. 1부부터 5부까지 나뉜 그의 첫 고백에는 행복과 가족, 사랑과 자식들 이야기가 골고루 들어있다. 
처녀시집 제목 ‘고백’과 같은 제목의 시에는 첫사랑을 막 시작한 소년의 설렘이 있고, ‘향수’에는 달구지 대신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는 길목을 바라보는 중년 사내의 쓸쓸함이 가득하다. 고향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묻어있기도 하고, 한낱 인간이 어쩔 수 없는 대자연의 섭리가 담겨있기도 하다.
늦깎이 시인의 작품에는 장식이 없다. 아주 담백하다. 그의 삶이 그래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고백’은 춘파 박진광 시인의 삶 그 자체다.
“첫 고백이라 참 서툽니다. 다름 고백 때에는 여러분께서 가슴을 편히 여실 수 있도록 저의 생각을 한껏 다듬겠습니다. 느낌과 설렘을 아낌없이 서로 나눌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6년 1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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