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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성신문사 |
| 유달리 더위와 가뭄이 심했던 긴 여름의 뒤로 파란 하늘에 황금들판이 바람에 출렁인다. 누런 호박덩이는 돌담 위에 터줏대감이 되어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뽑놓은 고춧대에도 빨갛게 고추는 익어간다. 자연의 품에서 땀흘려 그려놓은 농부의 가을풍경이 참으로 정겹고 아름답다.
자연은 농부에게 풍요로운 가을을 선물했고, 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농부는 가을을 기다리며 욕심없이 오늘을 살고 있다.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와 가뭄도 가을이 있기에 견딜 수 있었고 새까만 얼굴에 논두렁 같은 주름이 겹쳐도 가을이 있기에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가을은 농부에게 삶을 해결하는 풍성한 수확을 약속했기에 농부는 가을에는 웃을 수 있었다.
정녕 가을은 왔다. 그러나 황금들판을 바라보는 농부의 얼굴엔 웃음이 사라져버렸다. 물가는 매년 30~40% 오르는데 쌀값은 20년 전의 가격으로 하락하니 웃음이 나올 리 없다.
보통 일이 아니다.
식량안보목적인 공공비축미는 적정재고량의 2배인 175만 톤이 창고에 쌓여있고, 매년 생산량은 소비량보다 과잉생산되는데도 40만 톤의 외국쌀이 수입되니 쌀값 폭락의 당연한 결과를 예측하고도 무시해버린 농업정책의 실패다.
농민의 시위에 쌀값안정대책으로 절대농지 축소와 쌀 소비촉진을 말하지만 쌀농업의 중요성과 농민의 삶을 무시한 반농업정책이다.
식생활이 바뀌어 쌀 소비는 줄었지만 쌀은 여전히 국민의 주식으로 국가의 원동력이 되며, 농지는 쌀을 생산하는 기능 외에 홍수 방지와 대기와 수질의 정화로 자연생태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의 나라 쌀을 수입하면서 농민의 소득 감소와 자연재해로 인한 흉작에 대책도 없이 농지를 줄여 쌀값 안정을 취하겠다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교묘한 술책이다.
이제 더 이상 농부에게만 고통과 인내를 강요해선 안 된다. 쌀값 인상과 쌀 수입을 반대하는 농부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쌀값 인상은 농민의 욕심이 아니다. 생계 유지를 위한 몸부림이며 국민의 주식을 지키려는 사명이다.
땅 팔아 부자되었다는 소리는 들어도 쌀 팔아 부자되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