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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
이승재
고성능 프로펠러는
일단 접었다
쉴까. 갈까.
빛나는 생의 한때
저 진진한 표정 좀 보라. 저 미물인 잠자리가 저렇게 사 하는 존재로 포착되다니!
잠자리는 정말 사유하는 것일까? 아무 생각없이 저렇게 날개를 접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날아가야 할 때와 멈추어서 사유할 때를 잠자리는 정확하게 알고 있다.
인간 중심주의에 익숙한 사람들은 인간만이 사유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잠자리 한 마리도 얼마나 정직하게, 진지하게 깊이 있는 삶을 영위하는가. 저 반듯하고 진지한 포즈를 보라. 성스럽기조차 하다.
잠자리는 이 가을이 가장 빛나는 생의 한때이다. 곧 다가오는 겨울을 건너 봄으로 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한 철을 사는 잠자리가 저리 진지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한 철의 생을 어떤 찰학자보다 더 깊은 사유로 고뇌하는 포즈!그러고 보면 나는 생을 너무 허비하는 건 아닐까? 너무 허퉁하게 사는 것은 아닐까?
미물인 한 마리 잠자리의 진지한 포즈 앞에서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한 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이것이 이 가을의 센티멘털일까.
서서히 조락하는 계절, 아무튼 사유는 깊어질 만큼 깊어지고 있다. 그것이 병이 되지 않을 만큼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좋지 않겠는가. 이 가을 디카시 한 편이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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