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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성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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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고성박물관에서 고성학당 시화작품전이 열려 문해자들의 작품이 전시돼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 남들이 다 아는 걸 혼자 모르는 것만큼 답답하고 소외감 느끼는 순간이 없다. 그게 글자라면 또 오죽할까.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답답한 것은 그렇다 쳐도, 글자를 모른다는 것이 자식들에게 부끄러워 차마 모른다고 할 수가 없었다.
글자 알아봐야 하나도 쓸 데 없다고, 살림만 잘 하면 된다던 시절에 태어난 소녀들은 할머니가 돼서야 2016년 찾아가는 성인문해교실 고성학당을 통해 글자를 깨치고, 시를 쓰며 뒤늦게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고성박물관에서는 지난 18일부터 아주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문해, 인생에 글자꽃이 피어나다’라는 제목으로 개최되는 이 전시회에는 비문해 성인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진행돼온 찾아가는 성인문해교실 고성학당의 학생들이 그동안 틈틈이 쓰고 그려온 시화를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최고령으로 참가한 두호학당 이두선(92세) 할머니는 “나이는 아흔이지만 마음은 청춘”이라며 “늦었지만 학당에서 글을 배워 읽고 쓸 수 있어 참 즐겁고 행복하다”며 작품 ‘세월’을 통해 배움의 즐거움을 노래했다.
‘우리 선생님’이라는 제목의 시를 출품한 당산학당 하복순(87세) 할머니는 “일본에서 학교를 다녀 한글을 배우지 못해 일기를 써도 글자가 다 틀렸다. 태극기도 무궁화도 처음 그려봤다. 일본 선생님은 매일 때렸는데 우리 선생님은 잘한다고 칭찬해주신다”며 학당 선생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글을 공부해 동화책을 스스로 읽어 자녀들로부터 상을 받은 사연이 본지를 통해 소개된 적 있는 영동학당 장순선(84세) 할머니는 “부끄럽기도 하지만 새로 시작한 한글 공부가 참 재미있다”며, 출품한 ‘아이쿠 큰일났네’라는 시에서 글 모르는 것을 온 군민이 다 알아버렸지만 당당해져야겠다고 말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고성학당을 통해 한글을 깨친 어르신들은 “글자를 몰라 버스를 타기 전에 사람들에게 물어봐야했고, 자식들 손자들에게 동화책 하나도 못읽어줬는데 이제는 당당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뒤늦은 배움에 즐거워했다.
고성학당은 기초한글교육의 기회를 놓친 비문해 성인을 대상으로 문해교육 등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군내 각 읍면 48개반 600여 명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사 31명을 파견해 주 2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호양 기획감사실장은 “고성학당 문해교육을 통해 노년의 삶에 새로운 문을 열고 용기있게 참여해주신 어르신들의 열정에 감사한다”면서 “100세 인생 시대를 맞아 행복한 군민의 평생교육 욕구에 부응하고, 문해교육 활성화 및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해 지속적 홍보와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운영으로 행복도시 고성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화전은 ‘문해교육으로 달라진 나의 인생’이라는 주제로, 오는 28일까지 고성박물관에서 개최되며, 작품집을 통해서도 시화를 선보이고 있다. 시화전과 함께 고성읍 신월리, 당항포관광지, 상족암 공룡박물관 등 고성군 일대를 돌아보며 내 고장을 바로 알기 위해 지역문화 탐방 및 현장수업도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