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주)고성신문사 |
| 먼지털이
박희자
가을 하늘이 청명한 건
바람과 함께 춤을...
은혜로운 사슬
가을 하늘이 맑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왜, 가을 하늘은 청명할까, 하고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아침의 거리가 깨끗한 것은 보이지 않게 환경 미화원이 새벽녘에 청소를 하기 때문이다.
아침의 거리를 걸으면서 그냥 거리가 깨끗한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깨끗한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이 세상에서 그냥 되는 것은 없다. 요즘 식사를 할 때마다 묘한 생각을 한다. 육식도 하고, 생선도 야채도 먹는다. 계란도 과일도 먹는다. 중국에서 혼자 지내면서 참 하나의 입이 무섭다는 걸 실감한다. 과일이 싸서 자주 사먹는 편인데, 혼자 먹는 과일인데도 사도 사도 끝이 없다. 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생명을 먹어야 하는가,
생각해 보면 정말 나라는 존재가 수많은 생명을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고 심각하게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가을 하늘이 청명한 것도 바람과 함께 흔들리며 하늘을 비질하는 저 억새가 있어서다. 부러질 듯 온 몸으로 하늘을 비질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가을 하늘이 저렇게 청명할 수 있겠는가.
가을 하늘이 청명한 것도 나라는 존재가 지금 살아 숨 쉬는 것도 한 치의 우연도 아닌,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은혜로운 사슬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