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주)고성신문사 |
| 버드 세이버
이승재
살아, 이 고통스런 세상을 빠져 나갈 수 없었나
어디, 쉴 자리가 없어 이곳에 멈추었나
퇴화한 날개, 박제된 기억.
창공의 지배자
인간에게도 저 푸른 창공을 날아 이상세계로 향하고자 하는 꿈들이 비행기와 로켓을 만들어 우주 시대를 열었다. 바다 저편에는 현실보다 나은 세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항해술을 발전을 가져와 신대륙을 발견하기도 했다. 하늘 저편이나 세상 저편에서 아직 낙원을 찾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이곳이나 그곳이나 여전히 고통스러운 세상의 한 귀퉁이일 뿐이다.
버드 세이버는 새들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맹금류 형상의 스티커이다. 이 디카시의 버드 세이버는 부산 을숙도 에코센터 유리창에 프린팅되어 있는 것이라고 한다.타인의 눈으로 보면 맹금류는 창공의 지배자로 화려한 비상만 있게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 지배자든 피지배자든 나름의 문제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실존이다.
“살아, 이 고통스런 세상을 빠져 나갈 수 없었나”라는 문장에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든다. 창공을 맴도는 맹금류도 결코 이 지상이 마냥 행복한 공간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힘찬 날갯짓으로 하늘 저편으로 날아 갈 수 있었겠지만, 그곳도 여전히 고통이 살아 숨 쉬는 현실임을 드러내고 있다.
버드 세이버 정도의 위상을 지탱하려면 그간 얼마나 많은 작은 새들을 먹이로 낚아채서 몸을 찢어 피를 뚝뚝 흘리며 배를 채웠을까. 마치 속죄라도 하듯 퇴화된 날개, 박제된 기억으로 유리창에 프린트되어 있는 버드 세이버! 그래도 다시 그 고통스러운 창공을 날고 싶은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