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내 도난 문화재가 불교계의 노력으로 잇따라 환수되고 있으나, 고성군에서는 뒷짐만 진 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76년 11월 도난 당한 후 행방이 묘연했던 옥천사 시왕도 2폭 중 제2초강대왕도가 지난달 23일, 프랑스의 개인소장자로부터 환수됐다. 1981년 한 프랑스인이 인사동 고미술상으로부터 구입해 보관하다가 지난 5월, 프랑스 국립기메박물관에 판매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기메박물관 측에서 문화재청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오면서 추석 연휴 기간 옥천사 성보박물관장 원명스님과 중앙승가대 문화재학과 강소연 교수가 프랑스에 직접 방문해 소장자와 기메박물관 학예사를 만나 기증 사례비를 지급하는 유상기증 형태로 환수했다. 현재 시왕도는 불교중앙박물관 수장고로 이운됐으며, 보존상태 확인 및 안정화 기간을 거쳐 옥천사로 이운할 예정이다.
이번 옥천사 시왕도의 환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서는 “불교문화재라고 해도 고성군의 재산이고 문화유산인데 고성군은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비단 불교문화재뿐 아니라 군내 도난문화재의 환수를 위해 고성군에서도 나서야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군민 김 모 씨는 “아무리 불교문화재나 비지정 문화재라고 해도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있다면 도난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 군에서도 노력해야 할 텐데 고성군은 문화재 환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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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 당했던 시왕도가 옥천사의 노력으로 프랑스에서 환수된 가운데 도난 문화재 환수에 대해 고성군은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 (주)고성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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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모 씨는 “지역 언론을 통해 도난 사실이 알려진 마암면 석마나 일부 서원의 도난 문화재는 종교 문화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군에서는 환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문화재 보수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도난문화재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서 고성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군 관계자는 “종교재단이라면 문화재 보존이나 도난관리팀이 따로 있지만 군의 주 업무는 문화재 개보수, 지정, 해제 등이며 예산 편성이 이러한 업무 위주인 상황이라 도난 문화재 관련 지원이 어렵다”며 “문화재청이나 종단 등에 한 번씩 확인하는 등 도난문화재를 챙기기는 하지만 고성군이 나서서 챙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개별적인 문중 소유 문화재 등은 실제로 분실신고까지는 가능하지만 도난 문화재 자체가 소유자가 챙겨야 하는 것이니 군이 도난문화재까지 챙기기 힘들다”면서 “군에 사법권이나 형사권이 있어서 전담하면 좋겠지만 고성군은 직접 수사하기는 힘들고 확인 정도만 가능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군민들은 “옥천사에서는 유상기증 등 기증사례비는 물론 사찰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들여 프랑스에까지 가서 도난 문화재 환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고성군은 분명 문화재 관리를 위한 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군내 문화재 중 도난 당해 행방을 알 수 없는 문화재는 총 10여 종 80여 점으로, 이 중 6종 20여 점은 옥천사와 운흥사 소유의 불교 문화재다. 옥천사에서는 16나한상 중 9구가 도난, 지난 8월 환수된 2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7구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또한 도난 당한 시왕도 2폭 중 1폭, 삼장보살도 3폭, 영산회상도 1점과 운흥사 소유 탱화 8점도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불교문화재 외에도 위계서원의 교창 6점과 호암사의 고문서 47종, 수림서원의 목조문짝 5점 등이 도난 당한 것으로 신고돼있다. 또한 마암면 석마리의 수호신격이자, 마을 이름의 유래인 석마 3마리 중 가운데 망아지로 추정되는 석마 1마리는 일제강점기 1차 도난에 이어 2003년 또다시 도난 당한 후 아직까지 되찾지 못하고 있어 군과 군민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