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주)고성신문사 |
| 요즘 아이들은 참 바쁘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야 하고, 학원 수업에 쫓겨 밥 먹을 시간도 없다. 직장인만 저녁 없는 삶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저녁 없는 삶인 것은 매한가지다. 공부 외에 다른 것은 절대 쳐다볼 수도, 쳐다봐서도 안 된다. 그러나 동해중학교는 다르다. 학생수가 적은 소규모학교라는 것이 동해중학교에는 오히려 기회이자 발전의 발판이다.
# 인성 바른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
교문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학교 곳곳의 벽화들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 봉사활동 삼아 그린 것이려니 했다가, 알고 보니 아이들이 직접 그린 벽화들이다. 듣고 보니 공룡들이며 꽃들 아래로 희미하게 스케치한 흔적이 아이들의 솜씨가 맞다.
“동해중학교는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학교입니다. 학교를 꾸미는 것은 물론이고 수업이나 방학식조차도 아이들이 직접 꾸려갑니다. 처음부터 쉬웠던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아이들을 믿고 맡겼더니 놀라울 정도로 잘 해냈습니다.”
이영미 교장은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키워주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수업방식을 도입하고, 재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 중 하나가 학교 외벽의 벽화들과 교실과 복도 유리창을 장식한 그림들이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 수가 20명 남짓이에요. 함께 자란 한 동네 아이들이니 학교폭력은 생각도 못해요. 작은 학교의 장점이 이것입니다. 일부러 교육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인성은 놀라울 정도로 바르지요.”
동해중학교 아이들은 1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전교생이 다함께 학교뒷산을 오른다. 그래봐야 30분도 넘기지 않는 짧은 산행이지만, 아이들은 전날 있었던 이야기, TV에서 본 이야기, 그 또래의 고민들을 재잘거린다. 비가 오는 날엔 빗소리를 친구삼아 편백나무로 둘러싼 도서관에서 다함께 책을 읽는다. 이것 역시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아주 특별한 인성교육이다.
|
 |
|
ⓒ (주)고성신문사 |
|
# 질문과 토론으로 자기주도학습
동해중학교는 밴드는 물론이고, 첼로와 바이올린으로 구성된 현악부까지, 동해중학교의 모든 아이들은 졸업까지 악기 1개씩을 다루게 된다.
악기만이 아니다. 어른들도 흔히 ‘돈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귀족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골프도 동해중학교에서는 가능하다. 실내 스크린 골프는 물론이고 야외 골프연습장까지 갖추고 있다.특별활동으로 아이들이 직접 쓴 캘리그라피 작품들은 아이들의 그림과 함께 학교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영남복지원과 자매결연을 통해 수시로 봉사활동을 하고, 집에서는 반찬투정을 할 법한 아이들이 겨울이면 김장을 담가 복지원과 나눈다. 그야말로 산교육이다.
“체험만큼 좋은 수업은 없습니다. 예술도 봉사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즐겨야 교육적 효과가 있어요. 수업방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질문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에요. 그러지 않으면 수업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이영미 교장이 말하는 이 수업방식이 아이들의 질문과 탐구로 이어지는 유대인 전통의 교육방식, 바로 ‘하브루타’ 수업 그리고 토론 중심의 ‘디베이트’ 수업이다. 아이들은 수업 전부터 학습내용에 대해 수십가지의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친구들과 토론한다.
학습목표와 해결방법에 대해 교사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교사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수업을 이끌 수 있도록 배려한다. 수업 시작과 끝에는 늘 학습플래너를 통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다. 그러니까 대도시 아이들이 학원에서 배운다는 자기주도학습을 동해중 아이들은 스스로 깨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동해중학교 아이들 중 기초학력 미달인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
|
 |
|
ⓒ (주)고성신문사 |
|
# 사교육 없는 창의적인 학교
지난 여름방학 종업식날, 동해중학교 아이들은 다른 학교에서 다들 하는 종업식 대신 발표회를 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는 자신이 왜 게임을 좋아하는지, 어떤 게임이 있고 그 게임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뭔지,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는 또 왜 그런지 등등 다양한 발표가 이어졌다.
“아이들이 직접 기획한 종업식이었어요. 동해중학교는 학교의 큰 행사는 아이들의 기획력을 빌려 진행합니다. 학교축제인 매송축제 역시 마찬가지예요. 올해는 아이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하는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이라는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창의력만큼 신선한 것은 없지요.”동해중학교는 사교육이 없는 학교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서 음악 미술 교육은 물론이고 선후배들이 멘토와 멘티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굳이 사교육이 필요가 없다. 게다가 동창회와 지역사회에서도 아이들을 위해 장학금이나 어학연수, 악기들을 지원하고 있다.“큰 학교라면 학습수준으로 경쟁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우리 동해중학교는 경쟁보다는 아이들의 행복을 우선으로 합니다. 그게 아이들의 꿈을 키우고, 새싹이 움트듯 넓은 세상을 향해 꿈틀거리는 동해중학교의 꿈틀교육입니다.” /최민화 기자 |